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 프로야구의 기세가 심상찮다. 관중, 시청자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질주 중이다. 9월 15일 KBO리그에 누적 관중 1002만758명이 입장, 사상 첫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관중뿐 아니다. TV로 야구를 지켜본 시청자 수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상파 3사 TV와 OTT 서비스 ‘티빙’의 통합 시청자 수는 2억5000만명에 달한다.
프로야구 인기가 폭발하면서 미치는 경제적 파급력도 상당하다. 10개 구단 모두 흑자를 기록했고, 온라인 야구 중계를 담당하는 티빙도 흑자로 전환했다. 야구장에 입점한 매장들은 일제히 매출이 올랐고, 야구장 근처 상권은 모두 활황을 띤다. 프로야구를 활용한 마케팅도 쏟아진다. 유통, 통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야구단과 협업한 상품을 내놓는다.

프로야구 1000만 돌파 원동력은
명문구단·유튜브 공략·가성비
사실, 올해 프로야구가 폭발적으로 높은 인기를 거둘 것이라 전망하는 이는 적었다. WBC와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서 국가대표팀이 연이어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고, 시즌 시작 전부터 몇몇 선수들의 일탈이 뉴스를 탔다. 또 온라인 중계권을 네이버·카카오 컨소시엄에서 티빙으로 넘기면서 무료 중계서 ‘유료 중계’로 바뀌었다. 설상가상으로 초창기 티빙의 미숙한 중계로 방송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면서 팬들로부터 강한 반발이 일었다.
악재만 가득한 환경을 극복하고 야구 인기가 치솟은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4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째, 전국구 인기를 자랑하는 지방 야구단의 선전이다. 프로야구 흥행은 흔히 ‘기롯삼한’이라 불리는 지방 4팀, KIA 타이거즈·롯데 자이언츠·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의 성적과 직결된다. 지방 구단들은 오랫동안 한 지역에 자리 잡은 덕분에 팬 지지층이 두텁다. 한국갤럽이 매년 조사하는 ‘프로야구 팬 조사’ 결과를 보면 지방 4개 구단은 항상 인기 최상위권에 위치한다. KIA, 롯데, 삼성, 한화 순서가 공고하다. 역대 프로야구 최고 시청률 경기는 모두 유일한 호남 팀 KIA 타이거즈의 경기다. 부산을 연고로 한 롯데 자이언츠는 연간 최다 관중 기록을 보유한 구단이다. 삼성과 한화는 각각 대구·경북, 충청권 출신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인기는 곧 관중 동원력으로 직결된다. 지방 팀 성적이 좋으면 수도권 원정 경기장 절반 가까이 채워지고, 지방 홈구장은 매진된다. LG와 두산, SSG 등 수도권 인기 구단은 홈구장은 많이 채우지만, 지방 구장을 채울 정도로 원정 팬을 많이 동원하지는 못한다.
올해는 유독 지방 구단 선전이 돋보였다. 최고 인기 팀 KIA 타이거즈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인기 팀 삼성 라이온즈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와 한화는 비록 가을야구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시즌 막바지까지 5강 경쟁을 이어가며 선전했다. 이는 곧 관중 수 증가로 이어졌다. KIA와 롯데, 삼성은 100만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했다. KIA 타이거즈는 2017년 이후 7년 만이며, 삼성은 구단 역사상 최초다. 한화 이글스는 역대 최다 홈구장 매진 행진을 기록, 평균 94%가 넘는 좌석 점유율을 자랑했다. KIA 타이거즈 관계자는 “주말, 공휴일 제외하고 순수 평일 경기(화·수·목)가 매진이 되는 게 올해 프로야구 인기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시라 생각한다. 고속철도나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광주를 방문하는 타 지역 팬도 많고, 광주를 방문하는 원정 팀 팬도 많아진 게 느껴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둘째,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 제한 해제다. 그동안 프로야구 콘텐츠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지 못했다. 경기 영상, 영상을 활용한 2차 창작 등을 기존 온라인 중계권 사업자가 막은 탓이다. 초창기부터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를 도맡았던 네이버·카카오 컨소시엄은 중계를 무료로 푸는 대신 야구 팬, 구단, 방송사의 경기 영상 활용을 자사 포털로 한정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공유를 금지했다. SNS 활용 금지 정책은 젊은 관중의 유입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했다.
상황은 올해부터 티빙이 온라인 중계권을 가져가면서 바뀌었다. 티빙 측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2차 창작을 막지 않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40초 미만 경기 영상을 소셜미디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 방침을 밝혔다. KBO는 티빙 손을 잡았고, 올해부터 유튜브와 SNS에 KBO 경기 영상이 풀리기 시작했다. 효과는 상당했다. SNS와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프로야구는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KBO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지난해 12월 기준 23만6000여명에서 올해 9월에는 39만명으로 65% 상승했다. KBO 유튜브 구독자는 지난해 12월 9만8000명에서 올해 8월 기준 22만6000명으로 131% 증가했다.
단순히 이용자만 늘지 않았다. 치어리더의 응원 모습, 야구 경기 하이라이트 등이 숏폼으로 퍼지면서 ‘밈’으로 퍼져 나가면서 야구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례로 이주은 KIA 타이거즈 치어리더의 일명 ‘삐끼삐끼 춤’ 영상은 조회 수가 8000만회를 넘어섰다. 삐끼삐끼 춤이란 상대 팀 타자들이 삼진으로 아웃 될 때마다 KIA 타이거즈 응원단에서 가벼운 응원을 유도하면서 추는 춤이다. 숏폼 영상이 한국은 물론 해외에 퍼져 나가면서 뉴욕타임스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셋째, 프로야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 정책이다. 과거 프로야구는 수익보다는 성적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유니폼, 각종 굿즈 등은 부차적인 사업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 관객 유입과 함께 구단들은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마케팅에 전력을 기울이며 팬심 모시기에 나선다. 대표적인 정책이 협업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짱구는 못말려’ ‘에스더버니’와 함께한 여러 굿즈를 선보였다. 두산 베어스는 인기 캐릭터인 ‘망그러진곰’과 협업을 진행, 호평을 받았다. LG 트윈스는 네이버 웹툰 캐릭터인 ‘마루는 강쥐’ 시리즈 유니폼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신선한 마케팅은 야구에 생소한 ‘젊은 여성’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KBO 조사에 따르면 2024년 처음 야구장을 찾은 사람 가운데 여성 비율은 48.6%에 달한다. 새롭게 야구장에 유입된 여성 관람자 가운데 31.4%가 20대고, 미혼 비율은 53.2%였다. 아재가 좋아하는 스포츠에서, MZ세대가 좋아하는 스포츠로 완벽히 탈바꿈했다.
넷째, 다른 문화 활동보다 싼 ‘가성비’다. 물가 상승으로 영화관, 뮤지컬, 콘서트 등 다른 여가 활동은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야구장은 가격 상승세가 덜하다. 현재 국내 야구장의 평균 객단가(관중 1인당 1경기당 평균 사용액)는 1만5226원이다. 영화 티켓 평균 가격과 비슷하고, 공연장 평균 가격보다 절반이나 싸다. 1만5000원만 내면, 3시간 동안 먹고 마시며 응원을 즐길 수 있다. ‘2024 KBO 관람객 증가 요인 파악을 위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야구장 방문 이후 야구 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43.2%가 응원 문화를 꼽았다. 다음으로 경기 자체(21.4%), 식음문화(15%) 순으로 나타났다. 싼 가격에 즐길 거리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어 관객이 몰린다는 분석이다.
경제적 효과 어느 정도길래
5일간 팔린 유니폼만 ‘100억원’
폭발하는 인기만큼 프로야구를 통해 창출되는 경제 효과는 상당하다. 올 시즌 프로야구 관중이 1000만명을 돌파하며 관중 입장 수입은 사상 처음으로 1500억원을 돌파했다. KBO에 따르면 정규시즌 전체 경기의 95%를 치른 지난 9월 18일 기준 10개 구단의 입장 수입은 1505억6493만5895원으로 집계됐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사상 최대치다. 1982년 입장 수입이 21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7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프로야구 중계권료도 대폭 올랐다. KBO는 지난 2월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와 3년간 162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월에는 ‘티빙’을 보유한 CJ ENM과 3년간 1350억원 규모 유무선 중계 독점 계약을 맺었다. 지상파 방송 3사와 체결한 계약은 연평균 540억원 규모 계약을 연장한 형태다. CJ ENM과 맺은 유무선 중계 계약은 기존 대비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지난해까지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은 뉴미디어 중계권료로 KBO에 연평균 220억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올해 CJ ENM과 맺은 계약은 기존 계약의 2배 이상인 연평균 450억원 규모다.
이에 올해 각 구단의 수익성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3억원), 두산 베어스(65억원), SSG 랜더스(44억원), 롯데 자이언츠(6억원), NC 다이노스(50억원), 키움 히어로즈(239억원) 등 6개 구단이 흑자를 낸 반면 KIA 타이거즈(-4억원), LG 트윈스(-16억원), KT 위즈(-109억원), 한화 이글스(-1억원) 등 4개 구단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관중 입장 수입과 중계권료가 급증하며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4개 구단도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는 지난해 적자 규모가 크지 않았고, KT 위즈는 야구도 야구지만 프로농구·e스포츠·사격·하키를 포함한 5개 구단을 한꺼번에 운영한 게 컸다. 올해 입장 수입과 구단에 배분되는 중계료만 계산해도 대부분 흑자전환이 가능한 수치다. KBO는 중계권료의 약 90%를 10개 구단에 균등 배분한다. 이에 따라 올해 10개 구단에 중계권료 20억원 이상이 추가 배분될 예정이다.
이뿐 아니다. 구단은 유니폼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해 추가 수익을 낸다. 이 부분에서도 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둔 구단이 여럿이다. 올 시즌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KIA 타이거즈가 대표적이다. 구단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올 시즌 굿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10%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선수단이 직접 착용하는 어센틱 유니폼 비중이 30%로 가장 크다. 어센틱 유니폼 가격이 10만원대로 가장 비싸다는 점에서 구단 수익에 긍정적이다. 이어 보급형인 레플리카 유니폼(18%), 마킹키트(12%) 등이 뒤따른다.
특히 지난 8월 26~30일 사전예약을 진행한 김도영 ‘10홈런-10도루’ ‘내추럴 사이클링’ 기념 유니폼은 주문량만 약 7만장이 넘었다. 유니폼 가격이 13만9000원임을 감안하면 5일간 약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셈. KIA 타이거즈 관계자는 “올 시즌 어센틱 유니폼과 특별 유니폼 매출 성장이 두드러진다”며 “특히 김도영 선수 유니폼 매출은 전체의 45%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여러 구단이 마케팅 전략으로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협업한 특별 유니폼을 내놓고 있다”며 “KIA 타이거즈도 새로운 캐릭터 협업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구단뿐 아니라 유니폼을 제작하는 업체까지 덩달아 함박웃음을 짓는다. 주문량이 폭주하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 롯데 자이언츠의 어센틱 유니폼과 한화 이글스·SSG 랜더스의 레플리카 유니폼을 제작하는 형지엘리트는 지난 6월 말 기준 스포츠 상품화 사업 매출이 2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급증했다. 관련 영업이익 역시 26억원을 기록하며 136% 성장률을 보였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프로야구 구단과 협업한 굿즈 사업은 역대급 관중 동원의 덕을 톡톡히 봤다”며 “올 시즌 초반 협업 구단의 선전과 스타 선수의 국내 복귀 등으로 기존 팬덤에 신규 팬이 유입된 것이 성장세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프로야구 인기에 주변 상권까지 살아나는 분위기다. 주말에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여행까지 동시에 즐기러 지방으로 떠나는 야구 팬이 증가하면서다. 인기 구단의 야구장 주변 숙박업소는 경기가 있는 주말마다 예약이 폭주한다는 전언이다. 이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방문하는 가족 단위 고객이 증가하면서 경기 시간에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애견 호텔과 애견 유치원, 펫시터도 인기를 끌고 있다. 펫시터가 야구장 근처에서 산책을 시키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맡아주기도 한다.
원정 관람이 인기를 끌면서 여행사들은 야구장 입장과 숙박을 묶어 여행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지난 8월 인터파크트리플은 창원 NC파크 내야석 입장권과 야구장 근처 숙소를 결합한 형태의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다. 당시 사전 계약된 숙소의 방이 완판되는 등 야구 팬 호응이 상당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인터파크트리플 관계자는 “원정 응원과 여행을 함께하고 싶어 하는 야구 팬을 위해 NC 다이노스 구단과 협업해 만든 패키지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스포츠 콘텐츠를 통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 주변 식당과 술집도 저녁 늦은 시간까지 방문하는 야구 팬으로 가득하다. 대전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도원 백산화로·쇼부다 대표는 “가게가 야구장에서 거리가 꽤 있음에도 주말 저녁 유니폼을 입고 늦은 시간까지 방문하는 고객이 확실히 많아졌다”며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와서 즐겁게 야구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최근의 야구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야구 팬 모시기
금융권 후원 수두룩
프로야구 인기에 야구 팬을 모시려는 기업들 움직임도 포착된다.
특히 편의점업계가 적극적이다. 편의점은 이미 프로야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부터 9월 22일까지 야구장에 입점한 CU 편의점 10여점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은 60%에 육박한다. 더운 날씨에 맥주(52%), 탄산음료(92%), 이온음료(68%), 생수(102%) 등 음료 매출이 급증했다. 그 외 비스킷(98%), 스낵(44%), 안주류(25%) 등도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GS리테일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잠실야구장과 고척스카이돔 인근 GS25 20개 점포에서 무알코올 맥주(1013%), 과일(549%), 김밥(202%), 샌드위치(176%) 등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매출이 늘었다. 그 외 의류(656%), 쿨링시트 등 의약외품(304%)도 야구 팬이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GS리테일은 야구 특화 매장도 선보였다. 지난 5월 3일 한화 이글스 연고지인 대전 둔산동 소재의 GS25타임월드점을 한화 이글스 플래그십 스토어로 오픈했다. 한화 이글스의 상징 색상인 주황색과 마스코트 등을 매장 내·외부에 반영했다. 이곳에서는 한화 이글스 유니폼과 모자, 응원 도구 등 약 20여종 굿즈를 판매한다. 이어 8월에는 LG 트윈스 홈구장인 잠실야구장 인근 GS25잠실타워점을 LG 트윈스 특화 매장으로 선보였다. LG 트윈스 상징 색인 ‘레드’를 강조했으며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LG 트윈스 선수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곳 역시 LG 트윈스 굿즈 30여종을 판매한다. 오픈 후 일주일간 굿즈 매출은 약 1500만원을 돌파했다.
금융권도 야구 팬 모시기에 여념이 없다. 인기 예능 프로 ‘최강야구’의 메인 스폰서 NH투자증권은 모바일 서비스 브랜드 ‘나무증권’을 통해 지속적으로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주식모으기’ 서비스를 개편해 최강야구팀의 승리 시 100만원, 홈런 시 200만원, 주식모으기 약정 개수가 5000개를 돌파할 때마다 500만원을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최강야구 시즌 종료 시 주식모으기 약정을 유지한 고객을 대상으로 총 누적된 적립 금액을 약정(적립 종목) 수로 배분해 지급할 예정이다.
각 구단을 후원하는 금융사도 앞다퉈 관련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카드는 KIA 타이거즈, SSG 랜더스와 스폰서십을 맺고 관련 이벤트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를 이용해 KIA 타이거즈 홈경기를 예매할 경우 일반석 2500원 할인 혜택이 주어지는 식이다. 신한카드는 LG 트윈스, KB국민카드는 두산 베어스, BC카드는 KT 위즈와 각각 스폰서십을 맺었다.
구단을 후원하는 은행도 여럿이다. 지방에 연고를 둔 구단들은 각 지방은행이 주로 후원한다. KIA 타이거즈는 광주은행, 롯데 자이언츠는 BNK 부산은행, NC 다이노스는 BNK경남은행이 각각 후원을 맡았다. NC 다이노스는 NH농협은행도 후원사로 두고 있다.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도 각각 하나은행, 신한은행과 협력 관계다. 신한은행은 KBO리그 공식 후원사기도 하다. 그래서 올 시즌 프로야구 공식 명칭도 ‘2024 신한SOL뱅크 KBO리그’다. 신한은행은 프로야구 적금도 매년 선보이고 있다. 10개 구단 중 한 팀을 선택해 저축하면, 시즌 성적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상품이다.
증권사와 보험사도 많다. 증권사는 현대차증권(KIA 타이거즈)과 대신증권(KT 위즈), 보험사는 현대해상(KIA 타이거즈)과 ABL생명(NC 다이노스), KB라이프(키움 히어로즈)가 프로야구 구단을 후원한다.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는 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이 힘을 싣는다.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가 삼성 라이온즈를,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이 한화 이글스를 지원한다. 한화 이글스는 한화 계열사 외에도 하나은행, 토스페이와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키움 히어로즈는 키움증권이 네이밍 스폰서를 맡고 있는 만큼 키움금융그룹 전체가 야구단을 공식 후원한다. 그 외 제2금융권인 MG새마을금고, 신협, OK저축은행도 KT 위즈의 후원사다. 올해 프로야구가 역대급 흥행을 거두면서 후원사가 브랜드 노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미디어와 소셜미디어(SNS) 소비가 활발한 젊은 팬이 늘며 구장과 유니폼 광고를 통한 브랜드 노출 효과가 상당하다. 특정 응원 영상이 해외로 일파만파 퍼지는 일은 과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광경이다. 다양한 기업이 각 구단과 협업한 굿즈 상품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다.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야구 팬들이 구단과 호흡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야구 열기가 이어져 광고 효과도 높아질 수 있도록 후원사도 구단과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다.” 프로야구 구단을 후원하는 한 금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속 가능하려면
재정 독립, 콘텐츠 IP 확보 필수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프로야구지만, 현재 인기가 영원하리라는 법은 없다.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2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재정 독립’이다. 스포츠 구단은 티켓 수입, 스폰서십, 중계권, 기타 물품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거둔다. 국내 스포츠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야구 연매출은 10개 구단을 합쳐 대략 5000억원에 불과하다. 한국 인구를 감안해도 다른 국가 스포츠와 비교하면 매출이 적은 편이다. 이마저도 모기업 지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9개 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다. 일명 ‘특수관계인 매출’이라는 명목으로 100억~200억원 가까운 돈이 지원된다. 모기업 지원을 빼면 사실상 적자를 보는 구단이 대다수다.
국내 야구단 중 ‘진정한 흑자’를 내는 구단은 모기업이 없는 ‘키움 히어로즈’ 한 곳에 불과하다. 적자 사업인 탓에, 모기업이 지원을 줄이면 구단 생존이 불투명해지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는 곧 프로야구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구단 재정 독립을 위해 마케팅 상품 개발, 중계권료 상승 등으로 수익 확보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스포츠 구단을 통해 어떤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 경기 시합뿐 아니라 경기 외적으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요구된다. IP(지식재산권)가 가치 있는 시대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스포츠 구단 경쟁 상대는 다른 스포츠 구단을 넘어 넷플릭스, 유튜브 등이 될 수 있다. 스포츠 구단만이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 IP 확보가 중요하다. 스포츠 산업 관계자는 “한국 스포츠 산업이 발전하려면 모기업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팀 자체가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스포츠 구단이 스스로 기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퍼스타 ‘오타니 효과’에 함박웃음
야구 열풍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야구 종주국인 미국에도 ‘야구 붐’이 한창이다. 메이저리그는 2019년까지만 해도 ‘늙은 스포츠’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의 활약을 앞세워 다시 옛날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2022년, 베이브 루스 이후 104년 만에 두 자릿수 승수와 홈런을 기록해 역사를 쓴 오타니는 올해도 새로운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야구 역사상 최초로 50-50(50홈런, 50도루)을 달성, 슈퍼스타로서의 면모를 뽐내는 중이다. 성적만큼 인기도 절정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 빗대어 오타니를 ‘야구계의 테일러 스위프트’라 칭한다.
오타니가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초월이다. 그의 맹활약에 힘입어 LA 다저스는 관중 수 증가와 광고량 급등 등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해 LA 다저스는 78차례의 홈경기에서 총 378만여명의 관중을 모았다. 평균 관중은 4만8540명에 달한다. 오타니 인기는 메이저리그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다. LA 다저스는 원정 경기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총 68경기에서 평균 3만6077명의 팬을 끌어모았다. 이는 전년도보다 12%가량 늘어난 수치다. 오타니를 보기 위해 상대 팀 팬까지 몰리면서 생긴 효과다. LA 다저스 외야 펜스 광고 수익은 전년 대비 13배에 달할 정도다.
오타니의 등장과 피치클록(투구 시간 제한) 등 새로운 제도의 도입 효과로 메이저리그는 침체에서 벗어났다. 2007년 역대 최다인 7900만 관중 기록을 달성한 이후 메이저리그는 관중 동원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7300만~7400만명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2018년 들어서는 6963만명으로 7000만명 선이 무너졌고, 2019년에는 6800만명대까지 내려앉았다. 오타니 활약이 본격화된 2023년, 메이저리그는 2017년 7200만 관중 이후 6년 만에 7000만 관중을 넘었다. 올해는 더 늘었다. MLB가 2년 연속 관중 증가를 기록한 건 2011~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8호 (2024.10.02~2024.10.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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