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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공연장…플랫폼으로 문화예술 경험 폭 넓힌 기업들

기업이 문화를 키운다② 플랫폼 롯데, 콘서트홀·미술관 건립해 9년간 누적 340만명 관객 동원 신진작가 등용문 된 OCI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양정욱 등 발굴 GS칼텍스 여수에 복합문화공간 오케스트라 꿈나무 디딤돌 역할

  • 송경은
  • 기사입력:2025.06.11 15:24:40
  • 최종수정:2025-06-11 20: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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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문화를 키운다② 플랫폼
롯데, 콘서트홀·미술관 건립해
9년간 누적 340만명 관객 동원
신진작가 등용문 된 OCI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양정욱 등 발굴
GS칼텍스 여수에 복합문화공간
오케스트라 꿈나무 디딤돌 역할
지난 4월 전남 여수의 복합문화예술공간 ‘GS칼텍스 예울마루’ 공연장에서 펼쳐진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의 ‘아파나도르’ 국내 초연.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지난 4월 전남 여수의 복합문화예술공간 ‘GS칼텍스 예울마루’ 공연장에서 펼쳐진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의 ‘아파나도르’ 국내 초연.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공동 기획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매일경제신문사

올해 4월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의 ‘아파나도르’ 국내 초연이 서울이 아닌 여수에서 열려 큰 화제를 모았다. GS칼텍스재단이 설립한 복합문화예술공간 ‘GS칼텍스 예울마루’를 통해서다. GS그룹 출범 20주년과 GS아트센터 개관을 기념해 기획된 이 공연은 스페인 출신의 스타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연출했다. 화려한 색이 아닌 빛과 그림자만으로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인 독창적인 작품으로 관객들은 “국내에서 직관하기 어려운 신선한 무대였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등 호평을 쏟아냈다.

최근 기업의 문화재단을 통해 탄생한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이 시민들은 물론 젊은 예술가들에게 경험의 폭을 넓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기업들이 설립한 미술관은 미래가 유망한 젊은 작가를 일찍이 발굴·육성하면서 과감한 시도로 색다른 전시를 선보이고, 콘서트홀 등 공연장은 무명의 예술가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0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과 미술관 롯데뮤지엄을 운영 중인 롯데문화재단이 대표적이다. 서울 송파구의 롯데콘서트홀은 1500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지난 2016년 개관했다. 역동적인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명하는 미술관으로 지난 2018년 문을 연 롯데뮤지엄에는 338억원이 투입됐다. 롯데문화재단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지주, 롯데건설, 롯데칠성음료, 롯데캐피탈 등 계열사로부터 연간 약 120억원의 기부금을 지원받아 클래식, 미술 분야의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도도새 작가’로 불리는 김선우 작가의 신작 회화가 롯데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모습. 롯데문화재단
‘도도새 작가’로 불리는 김선우 작가의 신작 회화가 롯데뮤지엄에 전시돼 있는 모습. 롯데문화재단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의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 전경. 롯데문화재단
지난해 6월 서울 송파구의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 전경. 롯데문화재단

특히 롯데콘서트홀은 지난 9년 간 누적 2960회 이상 공연에 270만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가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뿐 아니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이 정기적으로 공연을 올리는 필수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롯데뮤지엄 역시 17회의 기획전에 약 7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도심 속 미술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롯데뮤지엄에서 현대미술 작가 김미영과 관객이 특별한 방식으로 만났다. ‘가나 초콜릿’ 5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특별전 ‘아뜰리에 가나: 행복은 초콜릿에서부터’에 참가한 5인의 작가 중 한 명인 김 작가는 이날 가나 초콜릿을 재해석한 회화 신작을 소개하며 현장에서 초콜릿·위스키 페어링을 곁들인 아티스트 토크를 이어갔다. 붉은 갈색 계열 물감을 두텁게 칠해 화폭을 채운 그는 “바쁜 일상 속 초콜릿이 주는 여유로운 순간을 초콜릿의 부드러운 질감으로 시각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OCI홀딩스의 송암문화재단은 OCI그룹 창업주인 고(故) 송암 이회림 회장의 서울 종로구 수송동 사저를 증축해 지난 2010년 OCI미술관을 개관했다. 특히 레지던시, 기획전 등 작가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는 미술계의 등용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핵심 사업으로는 매년 외부 전문가들을 통한 엄격한 심사를 통해 만 35세 이하 유망 작가 6인을 선정하고, 연중 이들의 개인전을 후원·개최하는 ‘OCI 영 크리에이티브스’가 꼽힌다. 지난 16년 간 평균 50대 1 이상 경쟁률을 보이며 누적 102명의 작가가 수혜를 받았다. 올해는 경제엽, 김우경, 김피리, 이주영, 이호수, 허주혜 작가가 선정됐다.

OCI 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기획전 ‘깍지’ 전경. 송암문화재단
OCI 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기획전 ‘깍지’ 전경. 송암문화재단
OCI미술관에서 지난 2023년 ‘OCI 영 크리에이티브스’에 발탁된 이윤재, 박서연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 현장. 송암문화재단
OCI미술관에서 지난 2023년 ‘OCI 영 크리에이티브스’에 발탁된 이윤재, 박서연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 현장. 송암문화재단

지난 2월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24’ 최종 수상자로 선정된 양정욱 작가 역시 송암문화재단이 지난 2015년 OCI 영 크리에이티브스를 통해 발굴한 아티스트다. 양 작가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조각에 담긴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바라는 삶의 모습을 전하는 작업을 해왔다. 올해 3월까지 열린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에서는 고난과 희망 사이에서 부단히 애쓰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수없이 반복돼 이루는 삶을 표현한 신작을 선보였다. 이에 루바 카트립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PS1 큐레이터는 “국제 무대에서 역량을 더 펼쳐나갈 수 있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GS칼텍스재단은 지난 2012년 여수시와 협력해 망마산과 장도 일원의 약 70만㎡(21만여 평) 부지에 1124억원을 투입해 GS칼텍스 예울마루를 조성했다. 공연장과 레지던시, 전시장, 교육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GS칼텍스 예울마루는 지난 10여 년 간 여수가 문화도시로 성장하는 데 든든한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기준 예울마루의 공연, 전시, 교육 프로그램에 누적 139만명이 참여했고, 예술의 섬 장도에는 누적 190만명이 방문했다.

GS칼텍스 예울마루는 인재 발굴에도 기여하고 있다. 동양인 최초로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앞서 두 차례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독주회를 가지며 조명을 받은 바 있다. 매년 ‘여수 학생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개최를 지원하는데, 덕분에 여수시는 인구가 27만명임에도 불구하고 전라남도에서 가장 많은 학생 오케스트라(22개)가 활동하는 도시가 됐다. 연세대 교수진과 재학생의 재능 기부로 여수 지역 학생 오케스트라 단원에게 마스터 클래스와 합동연주회 기회도 제공하는 ‘음악캠프’도 운영하고 있다. 이 캠프에 참여한 여수 한센인 마을 출신 단원들로 구성된 애양오케스트라가 사회적 편견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상과 소통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영화 ‘프롬’으로 제작돼 올해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GS칼텍스재단이 여수시와 함께 전남 여수에 조성한 복합문화예술공간 ‘GS칼텍스 예울마루’ 전경. GS칼텍스재단
GS칼텍스재단이 여수시와 함께 전남 여수에 조성한 복합문화예술공간 ‘GS칼텍스 예울마루’ 전경. GS칼텍스재단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열린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 GS칼텍스재단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열린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 GS칼텍스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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