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한 조 대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80년 된 기업이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암이 캐릭터를 만든 것도 젊은 감각으로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어 "직원들한테 책은 45세 정도 감각으로 만들자고 늘 말한다. 살아보니 45~50세가 가장 좋은 나이더라. 아직 젊음의 용기는 있으면서, 너무 무모하지도 않다. 그런 시각으로 책을 내는 출판사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서울국제도서전(6월 18~22일)에서 열 팔순잔치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는 "도서전에서 독자들에게 나눠줄 현암이 캐릭터가 들어간 다양한 팔순 기념 굿즈를 준비했다. 이후 7~8월에는 현암사와 현암주니어의 저자 9명이 모여 80주년을 기념한 인문학 강연을 정독도서관에서 릴레이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 현암사는 스테디셀러인 고전과 법전을 출간하며 주목받았다. 1950년대부터 최초의 한글세대를 위한 완역 '사서삼경'을 출간했다. 이후 동양의 명저 '채근담'을 출간해 60년 넘게 사랑받았고, 안동림의 '장자'도 30년 넘게 사랑받고 있다. 조 대표는 "고(故) 안동림의 '장자'는 국내 최초로 전편 완역한 책인데 8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두껍다. 그래서 장자를 3편으로 쪼개 쉽게 엮은 오강남의 '장자'를 출간했다. 오강남의 '장자'가 나오자 안동림의 '장자'를 찾는 독자가 더 많아졌다. 이처럼 어려운 고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959년 현암사는 '법전'을 처음 선보였다. 현암사의 주력인 '법전'은 매년 새롭게 출간되고 있다. 조 대표는 "사실 '법전(法典)'이라는 단어는 할아버지가 처음 만든 말이다. 상표권이 풀리면서 사전에 등재됐다. 우리나라 법전이 일본식 육법전서를 탈피하고 조선 경국대전(經國大典)을 승계한다는 의미로 경전 전(典) 자를 썼다더라"고 말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문학 영역으로 확장해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했다. 박경리 작가의 '김약국의 딸들', 황석영 대하소설 '장길산' 등 한국 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여럿 출간했다. 조 대표는 "시인 박목월 선생과 할아버지가 서로 힘들 때 북돋워주고 끌어주는 평생의 벗이었다. '현암'이라는 호도 박목월 선생이 지어줬다더라. 현암사에서 1968년 '청록집 기타' '청록집 이후' 등을 출간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현암사는 인문 도서를 주로 출간한다. 특히 국내도서와 외국도서를 8대2 비율로 출간하는 철학을 지키고 있다. 그는 "국내 도서는 저자와 함께 책을 만들다보니 예정대로 날짜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작가의 우리나라 글로 된 좋은 텍스트를 만드는 것이 현암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8대2 비율을 꼭 지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부터 현암사를 이끌어온 조 대표는 더불어 사는 삶에 관심이 많다. 현암사의 표어도 '더불어 삶, 더불어 책'이다. 그는 "(표어 때문에 가끔 정치 관련 오해를 받지만) 정치적 책은 최대한 배제하고, 책을 통해 분열된 사회를 치유하고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게 늘 목표"라고 밝혔다. 이 같은 철학이 담긴 책으로는 최근에 출간한 김기석의 '최소한의 품격'과 김관욱의 '몸'이 있다.
향후 현암사의 풍부한 역사적 자료를 아카이브화할 계획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현암사는 그 자체가 거대한 수장고 같았다. 그는 "자료 정리가 끝나는 대로 정기적인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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