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프레소-154] 영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때로 애니메이션은 실사영화보다 더 참혹한 현실을 다룬다. 이 코너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그렇다. 길을 잘못 든 아이에게서 부모를 빼앗고 이름마저 앗아간 채 아동노동을 강요하는 사회는 끔찍하다. 다만 관객이 이 영화를 끝까지 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건 따뜻한 화풍의 애니메이션으로 그려져 있어서다. 주인공뿐 아니라 악당도 친근한 이미지로 표현돼 있다. 실제 사람을 등장시킨 실사영화였다면 감상이 좀 더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놀이터에 모인 아이들이 입을 벌린 채 하늘에서 내리는 음식을 받아먹는 모습. 먹을 것이라곤 정어리밖에 없어 미식에 주린 아이들이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비극이다. [IMDb]](https://wimg.mk.co.kr/news/cms/202505/08/news-p.v1.20250507.02d7ae0bbfff497fb673b66f6b189f9e_P1.png)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009)은 제목 그대로 하늘에서 음식이 비처럼 내리는 엉뚱한 상상을 유쾌하게 담았지만, 이걸 우리가 재밌게 볼 수 있는 건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고속으로 떨어지는 음식이 ‘폭신한’ 질감으로 땅과 부딪히게 하는 표현력 덕분에 심각한 문제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사실성을 극대화한 실사영화였다면 하늘에서 추락하는 음식 때문에 사람들이 피 흘리며 죽어 나가는 모습을 봐야 했을 것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