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부모라는 환상이
결국 자기 아이들을 망쳐
![희극인 이수지가 출연한 페이크 다큐멘터리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제이미(Jamie)맘 이소담 씨의 별난 하루’. [사진 =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영상 캡처]](https://wimg.mk.co.kr/news/cms/202504/25/news-p.v1.20250315.f90bb582fcb24392a780b04d879549af_P1.png)
“제이미, 장난감 던지지 않아요. Don’t do that. 엄마 눈 봐요. 충분히 다 울었어? 엄마랑 소통할 수 있겠어?”
개그맨 이수지가 유튜브에서 패러디해 화제가 된 대치동 엄마의 대화법이다. 장난감을 던지며 생떼를 쓰는 아이를 혼내지 않고, 차분하게 소통을 시도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감정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이 시대 부모의 노력이 짠하다. 하지만 이러한 전례 없는 세심한 배려와 돌봄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는 일부터 출근 시간을 지키는 것까지 기본적인 일을 스스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고, 무기력하고, 자기만 아는 ‘연약한 괴물’이자 ‘빈껍데기 어른’으로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탐사 저널리스트 애비게일 슈라이어가 쓴 신간 ‘부서지는 아이들(원제 The Bad Therapy)’은 표준 양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감정 존중 양육’과 ‘다정한 부모’라는 환상이 어떤 처참한 결과를 낳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아이들이 일상의 스트레스와 좌절을 경험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지금의 부모 세대는 대부분 억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 내 아이만큼은 다르게 키우겠다고 굳게 다짐한 세대다. ‘친구 같은 부모’가 되겠다는 결심 아래 온갖 전문가의 코칭과 육아서를 섭렵했다. 훈육 과정에서도 “안돼”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고, 체벌하지 않는다.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음으로써 부모는 통제권을 잃었고 자녀에게 약자로 전락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양육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전문가’들은 직장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겪는 사람들에게 약물과 상담을 남발하며 숨겨진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찾아보게 한다. 결국 부모의 책임으로 귀결되고 해로운 부모와의 의절은 당연한 것처럼 정당화된다. 미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 18세 이상 미국인 30%가 가족 구성원과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가 말하는 육아의 본질은 무엇일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이를 성장시키는 것은 오히려 적당한 결핍과 좌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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