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수제비, 손(手)으로 접은 밀가루 반죽 국 [말록 홈즈]

  • 말록 홈즈
  • 기사입력:2025.01.27 06:00:00
  • 최종수정:2025.01.27 06:00:00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플렉스 에티몰로지’란 ‘자랑용(flex) 어원풀이(etymology)’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들의 본래 뜻을 찾아, 독자를 ‘지식인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작은 단서들로 큰 사건을 풀어 나가는 셜록 홈즈처럼, 말록 홈즈는 어원 하나하나의 뜻에서 생활 속 궁금증을 해결해 드립니다.
우리는 단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곤 합니다. 고학력과 스마트 기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문해력 감소’라는 ‘글 읽는 까막눈 현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어는 사물과 현상의 특성을 가장 핵심적으로 축약한 기초개념입니다. 우리는 단어의 뜻을 찾아가면서, 지식의 본질과 핵심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교를 떠난 이들의 지식 인싸력도 레벨업됩니다.

내가 태어난 곳은 강원도 춘천입니다. 유년기와 소년기를 보내며, 키와 꿈이 자란 곳입니다.

춘천의 겨울은 1980년대 국민학생들에겐 혹독했습니다. 특히, 전교생 조회가 있던 매주 월요일과 토요일은 아주 고통스러웠습니다. 면도날처럼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산중턱 운동장에, 일곱 살부터 열세 살짜리 아이들이 학도병처럼 도열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주옥 같은 말씀이 확성기를 타고 오래오래 교정에 울려 퍼졌습니다. 살갗을 파고드는 추위에 귀 끝과 발가락이 얼어붙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시린 곳을 감싸거나 비빌 수 없었습니다. 참을성이 없는 ‘나약한 어린이’라는 선생님의 손가락질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저 감각이 무뎌져 가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교장 수령님의 위대한 말씀이 끝나기만 기다렸습니다. 그래서 운동장 조회가 없는 겨울방학은 고통과 두려움에서 해방된 휴가이자 피난이었습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