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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시대 콘텐츠 산업과 한국의 과제

관세 못지않은 콘텐츠 전쟁
국가전략산업 지정해 육성
정부 조직 변화 맞춰 재정비
한국만의 콘텐츠 힘 키워야

  • 기사입력:2025.08.14 17:42:54
  • 최종수정:2025.08.14 17:4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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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새로운 세계관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 스마트팩토리의 장애로 지적된 고급 인력을 대체하는 일명 'AI 공장장'이 실전 배치됨으로써 피지컬 AI 기술이 상용화됐고, AI끼리 일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콘텐츠 분야 역시 미래의 콘텐츠를 위해 AI 제작 시스템을 개발하고, 콘텐츠 크리에이터에게 효율성을 제공하고 있다.

얼마 전 '소프트파워' 개념을 정립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별세했다. 강제나 보상이 아닌 설득과 매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국제 관계를 이끌어 갔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미국은 외톨이가 될 것이라고 한 그의 예언이 최근의 관세와 환율정책으로 현실이 됐다. 특히 상품이 아닌 서비스에 해당하는 영화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전쟁으로 끌어들였다. 관세 다음에 환율 그리고 지식재산권까지 새로운 마가(MAGA) 시대를 향한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에 맞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콘텐츠 산업을 10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현재 한국의 10대 주력 산업은 제조업이 주축인데, 저출산 상황을 감안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K컬처 300조원 시대를 위해 수출에 승수효과가 높은 콘텐츠 산업을 시급히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전환(DX)에서 AI 전환(AX)까지 빅테크의 영향을 벗어나 콘텐츠 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다음은 문화·예술·체육·관광을 책임지는 정부 조직에 대한 거버넌스가 새롭게 정립돼야 한다. 새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임명된 것에 대해 예술인들의 우려가 있다. 특히 펀드레이징 의존도가 높은 전통예술은 CEO 마인드보다는 예술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이해를 요구하기에 그 격차가 크게 느껴진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산업화가 가능한 것은 콘텐츠로 문화예술과 분리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K컬처의 정신적 근원을 토대로 한 콘텐츠 파워(Contents Power)를 확산해야 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인 '골든'이 영미 싱글 차트를 석권하는 이면에는 '코리아니즘'이 자리 잡고 있다. 제작자인 매기 강 감독은 '코리아니즘'과 관련해 "한국적 정서를 창작의 중심에 두고 글로벌 대중문화의 언어로 풀어내는 세계관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K팝과 K드라마를 계기로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하는 콘텐츠 확산을 위해 '한류'라는 소프트파워를 내세웠지만 '반한류'와 '혐한류'를 제대로 막지 못한 아픔을 갖고 있다. 잃어버린 20여 년을 되찾기 위해서는 K컬처의 근간인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콘텐츠의 세계관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한류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고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는 지속가능한 포스트 콘텐츠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콘텐츠 파워를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세을 숭실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국빅데이터학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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