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2023년 저널오브퍼블릭이코노믹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초단시간 근로자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검토했다. 소위 '알바 쪼개기'라는 가설을 학술적으로 검증했던 것이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시간당 임금이 오르지만 임금과 연동된 4대보험 비용도 자동적으로 오른다. 따라서 인건비 부담은 최저임금 인상률 이상으로 증가한다.
그런데 초단시간 근로자는 산재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4대보험에 대해서는 의무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오를 때 초단시간 근로자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적게 올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다소라도 경감될 수 있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퇴직금도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임금이 상승할 때 인건비 절감을 위해 초단시간 근로자를 사용하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커지게 된다.
필자의 논문에서는 700만건 이상의 근로자-임금 데이터를 이용해 최저임금이 인상될수록 기업이 초단시간 근로자의 고용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이후 2019년까지의 초단시간 근로자의 증가 중 약 27%는 최저임금 인상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특히 2018~2019년 사이 최저임금이 2년간 누적 30% 이상 급격히 올랐을 때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이 초단시간 근로자를 증가시킨 결과는 최저임금 정책이 의도한 바가 전혀 아니다. 최저임금 정책이 지향하는 바와 정반대의 결과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목적은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저임금인 초단시간 근로자를 증가시킨 것은 정책의 목적과는 정반대의 결과이다.
이러한 정책의 '의도치 않은 결과'는 정책평가 연구에서 아주 흔하게 나오는 발견이다. 선의로 시행된 법이 보호하고 도움을 주려고 했던 사람을 오히려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관련된 당사자는 모든 수를 따져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입법자와 행정부는 당사자만큼 사명을 다해서 법과 제도의 효과를 따져보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가 의욕 있게 개혁에 나서고 있다. 대내외적인 위기를 돌파해 가려는 의지가 고무적이다.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나 잘못하면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근대경제학의 기초를 놓은 앨프리드 마셜이 말한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이성의 균형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금이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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