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이런 극단의 규제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느냐는 의문이 든다. 최근 서울시 아파트 시장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언론의 표현은 '6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현재는 개선됐지만, 통계 조작 논란이 불거진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문재인 정부 기간 심각한 저평가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공개된 실거래가 자료를 활용해 과거 주간 지수를 다시 산정하면, 지난주 부동산원 서울시 변동률인 0.43%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 기간이 40주를 넘어서고, 두 번의 사이클은 1.0% 이상까지 높아졌었다. 최근의 시장 상황이 초양극화의 문제가 있지만, 최소한 평균적인 관점에서 극약처방이 필요할 만큼 오랫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가격 급등의 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규제 지역 확대가 풍선효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에 대출 규제를 선택한 듯하나,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후반 풍선효과의 대미는 대출 규제로 초래됐다. 노무현 정부 후반에 종부세 도입 등 다주택자 규제와 재건축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 급등을 막을 수 없자 6억원 이상 아파트 매입 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도입 및 강화가 이뤄졌다.
결과는 강남권의 상대적인 안정을 대가로 노원·도봉·강북구(노도강)를 포함한 서울시 동북권의 가격 급등이었다. 문재인 정부 후반인 2019년에도 '12·16 부동산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됐다. 결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저가 아파트 시장이었던 노도강의, 이후 2021년 고점까지 실거래가지수로 70% 전후의 급등세였다. 해당 급등기에 노도강은 청년층 영끌 투자의 성지가 됐으나 이후 고금리로 인한 가격 급락은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수요 규제는 공급 확대를 만들어내는 시장 동력을 약화시킨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기간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주택 공급이 감소한 이유이다. 이번 대출 규제로 즉각적인 타격을 받는 계층은 서울시 내 분양 아파트의 잔금을 치러야 하는 청년 가구들이다.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의 성공이 보장되지 않아 분양 시점 연기를 고민하는 시장 여건이 됐다. 분양 시장의 위축은 아파트 시장의 공급 확대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인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의 진행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주택담보대출의 사회적인 순기능은 자산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청장년 가구들에 미래 소득을 담보로 주택을 구입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 대출 규제는 그런 주거사다리의 연결을 차단시키고, 현금 부자들에게 주택 시장의 자산 가치 상승이라는 열매를 독점하게 하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이번 대출 규제 강화는 대통령실의 초기 대응처럼 현 금융당국 및 기재부의 과민성에서 초래된 성급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래서 아직도 이재명 대통령의 공급 확대로 문제를 풀어 가는 시장 친화적인 부동산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공언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싶지 않다. 세 번째 실패로 또다시 고통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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