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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구조조정 언제까지 이대로 둘 텐가 [취재수첩]

  • 배준희
  • 기사입력:2025.08.14 13:07:25
  • 최종수정:2025.08.14 1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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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계 위기설이 확산 중인 가운데, 부도설이 돌던 여천NCC가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급한 불은 껐지만 산업계와 시장에서는 ‘낙인’ 효과를 우려한다. 석유화학 업종 애널리스트 A는 “당초 51 대 49 구도가 아니라 50 대 50 지분 구조로 짜인 합작사라 위기가 닥쳤을 때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DL그룹이 정부 압박 탓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댔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될 때는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주주 충실 의무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도 이뤄진 터라 같은 안건이 올라온다면 이사회에서 배임을 우려해 소극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봤다.

지역 금융권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파다하다. 금융권 관계자 B는 “여천NCC 직원들 대출 상황을 점검하고 기간 연장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산업계에서는 석유화학 벨트가 밀집한 지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제2, 제3여천NCC’가 입길에 오른다. 이미 충남 대산, 울산, 여수 등에서는 실물경제 충격이 확산 중이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이들 산단 지역은 설비투자 감축으로 철골·배관 업체를 중심으로 폐업 법인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며 “산단 인근에 자리 잡은 식당 등 상당수 점포도 문을 닫았거나 폐업을 준비 중일 만큼 악화일로를 걷는다”고 털어놨다.

긴박한 상황이지만, 정부·여당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을 챙기고 있다는 목소리는 일절 들리지 않는다. 여천NCC 사태에서 보듯 기업 간 이해관계부터 첨예하게 부딪치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부 사업부를 통폐합하더라도, 사업 구조는 물론 감가상각 진행도나 지분 구성이 서로 달라, 계약 자산부터 수급선, 공급처까지 조율해야 하는데 중간 지점을 찾는 게 난제”라고 털어놨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을지 모른다. 사업 재편 길목이라도 서둘러 터줘야 할 때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3호 (2025.08.20~08.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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