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도 유행이 있다. 1980~
1990년대 카리스마 리더십이 절대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전장에서 맨 앞에 선 장군처럼, 모든 해답을 쥐고 비전으로 가슴 뛰게 하는 리더가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다. ‘섬기는 리더’라는 서번트 리더십을 거쳐, 오늘날 리더십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진정성(authenticity)’이다.
많은 경영학자들이 말한다.
“진정한 리더는 자기 자신에게 충실해야 한다. 내면의 신념과 외면의 행동이 일치할 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이 발휘된다.” 포장하지 않고,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이끄는 리더. 매력적인 말이다. 그럴듯하다. 듣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질문은 여기서부터다.
“있는 그대로의 나란 누구인가?”
진정성의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정에서의 나, 회의실에서의 나, 상사 앞의 나, 부하 직원 앞의 나. 그중 어느 것이 ‘진짜 나’인가?
오늘날 많은 리더가 ‘진정성 있게 행동하라’는 압박에 오히려 위축된다. 때로는 모든 걸 드러내야 할 것 같은 부담에 솔직함과 무책임함이 혼동되고, 때로는 포장하지 말라는 말이 자기 연출을 못 한다는 강박으로 왜곡된다. 진정성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말처럼 녹록지 않다. 찐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Q. ‘진짜 나답다’는 말, 진정성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김 코치: ‘진짜 나답다’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표현이다. 단어는 익숙하지만 개념은 낯설다. 심리학자 브라이언 골드만과 커니스는 진정성을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며, 내면의 신념과 감정,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진정성은 외부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내면의 일관성과 정직함에 뿌리를 둔 삶의 태도다. 즉, ‘진짜 나’는 외부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존재하며, 그 본연의 자아에 가까워질수록 진정성은 높아진다. 골드만과 커니스는 진정성을 네 가지 구성 요소로 구체화했다. ① 자기 인식. 나는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감정과 약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인지 & 그 실체를 알고 있는가? ② 편향 없는 자기 수용. 자신의 결점이나 불편한 진실조차도 회피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가? ③ 관계적 진실성. 타인과의 관계에서 내 감정과 생각을 억누르거나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가? ④ 행동의 일관성. 나의 말과 행동은 내 신념과 가치를 일관되게 반영하고 있는가? 궁극적으로 내 삶의 선택과 행동이 나의 중심 가치와 일치하는 상태를 말한다.
Q. 리더로서 역할에 맞추다 보면, 본의 아니게 ‘나답지 않게’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솔직히 부자연스럽고 불편하다. 진정성 없는 다중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김 코치: 진정성은 흔히 외부 시선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기준에 충실한 태도를 의미한다고 정의된다. 그러나 이 정의를 고정된 마인드셋으로 받아들일 경우, 오히려 리더십 성장의 문을 스스로 닫는 역설이 생긴다. 왜냐하면 리더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실험하고, 확장해야 해서다. 낯선 역할을 맡아야 할 때,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사람을 설득해야 할 때, ‘나다움’만을 고집하는 태도는 오히려 책임 회피의 논리가 된다.
“진정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리더가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고, 더 넓은 리더십을 확장해나가는 데 방해가 된다. 일단 요구되는 행동부터 행하라”. 때로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그것은 위선의 증거가 아니라, 정체성이 자라고 있다는 증거다. 어색함은 나를 잃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나를 확장하고 있다는 징후다. ‘진정성’은 지금 이 순간의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내가 되고자 하는 리더’를 향한 실험의 과정이란 열린 사고를 가져보자. 리더십은 언제나,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불편한 그 자리에서 자란다. 진정성에도 고정 마인드셋이 아닌 성장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Q. 나는 평소 과장하고 척하는 것을 싫어한다. 교육에서 리더의 취약성을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말을 들었다. 자신 없는 부분은 팀원에게 솔직히 말하는 편인데, 요즘은 그런 성향이 오히려 내 리더십 존재감만 흔들리게 하는 것 같아 고민이다.
김 코치: 리더십에서 취약성을 공유하라는 메시지는 오늘날 진정성 담론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조건과 맥락이 있다. 애덤 그랜트 와튼스쿨 교수는 칼럼 ‘당신이 오프라 윈프리가 아니라면, ‘너 자신이 되라’는 위험한 조언이다(2016년 6월 뉴욕타임스)’, 그리고 저서 ‘싱크 어게인’에서, 진정성은 전략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절한 자기검열과 전체적 상황에 대한 맥락 없는 진정성은 신뢰를 깎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진정성은 단순한 감정의 토로가 아니다. 상황에 맞는 자기조절과 신뢰 기반의 소통 전략이 필수다. 특히 위기 상황이나 전략 발표 등 리더의 존재감이 중요한 순간에는 특히 그렇다. 감정을 숨기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방향을 리더십 언어로 재구성하라는 의미다. 가령 “솔직히 나도 무섭고 불안합니다”보다는 “우리 모두 불안할 수 있지만, 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가 더 효과적이다. 이는 감정의 왜곡이 아니라, 진정성에 책임을 입히는 일이다. 결국 진정성이란 ‘무조건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리더로서 지금 어떤 내가 필요한가’를 선택하는 성숙한 표현의 기술이다.
Q. 내 신념과 조직의 방향이 다를 때, 진정성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그만두는 방법밖에 없나?
김 코치: 내 신념과 조직의 방향이 충돌할 때, 많은 이들이 “그만두는 것만이 답인가?”라는 물음에 빠진다. 진정성은 ‘내가 옳다’는 선전포고가 아니라, 내가 의미 있다고 믿는 가치를 타인도 받아들일 수 있게 설명하는 번역력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마케팅팀 팀장이고, 조직이 단기 실적을 위해 과도한 고객 유인 전략, 예컨대 과장 광고나 환불 불가 조건 같은 비윤리적 캠페인을 밀어붙인다고 해보자. 당신은 고객 신뢰와 브랜드의 장기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성 있게 행동하라’는 조언은 이직이나 항의 외에 어떤 선택지를 줄 수 있을까? 이때 중요한 것은, 내 신념을 그대로 주장하기보다 조직이 수용할 수 있는 언어로 신념을 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여보는 것이다. “이 방식은 제 가치와 맞지 않습니다. 올바르지 않습니다”라고 충돌하기보다 “과장된 메시지는 일시적으로 단기 성과를 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도를 훼손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지속 가능한 캠페인 전략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물론 모든 차이가 번역 가능하지는 않다. 조직 문화나 리더십 스타일이 구조적으로 나의 가치와 충돌할 수 있고, 그런 경우 ‘떠남’도 진정성 있는 선택이 된다. 하지만 그만두기 전에 내가 어떤 시도를 해보았는가, 어떤 연결을 설계하려 했는가, 그 질문이 더 중요하다. 진정성은 ‘나만 옳다’는 자기 주장이 아니다. 내 신념을, 세상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번역하는 능력이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코칭경영원 코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7호 (2025.07.09~07.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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