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면서 교황청은 다음달 초 콘클라베(교황 선출 투표)를 열어 새 교황을 선출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가톨릭 남성 신자라면 누구나 교황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유럽 출신 백인 추기경들 가운데 선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로마제국 이후 약 2000년간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가톨릭 전통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유럽 국가에서 교황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 출신 유흥식 교황청 장관, 가나의 피터 턱슨 추기경, 필리핀의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정말 동양인 또는 흑인 교황이 탄생한다면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가톨릭뿐 아니라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가톨릭의 본산 유럽 신자들은 동양인 또는 흑인이 교황에 선출됐을 때 그 권위를 인정할 수 있을까? 단정할 수는 없지만 큰 논란은 없을 듯하다. 이미 가톨릭 무게중심이 유럽 바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현재 가톨릭 인구를 놓고 보면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 등 비유럽 국가들이 세계 1, 2, 3위다. 유럽은 출산율이 낮은 데다 세속화 경향으로 가톨릭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지만, 비유럽 지역에선 가톨릭 신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교황청이 일찌감치 가톨릭 성장 중심국가로 주목했고, 콩고는 가톨릭 신자가 4000만명에 달한다.
변화의 조짐은 프란치스코 교황 시절부터 있었다. 사상 처음 남미 국가에서 뽑힌 그는 유럽 외 지역에서 다수의 추기경을 임명하며 다양성을 추구했다. 그 결과 현재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가운데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이 40%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교황의 권위는 인종이나 국적에 제약받지 않는다. 교황을 일컬어 '하느님의 종들의 종(Servus servorum Dei)'이라고 하는 것처럼 교황이 스스로를 낮추며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프란치스코처럼 헌신, 화해, 청빈의 가치를 실천한다면 13억 가톨릭 신자와 전 세계의 존경을 한몸에 받을 것이다.
[박만원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하지만 이번에는 비유럽 국가에서 교황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 출신 유흥식 교황청 장관, 가나의 피터 턱슨 추기경, 필리핀의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정말 동양인 또는 흑인 교황이 탄생한다면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가톨릭뿐 아니라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가톨릭의 본산 유럽 신자들은 동양인 또는 흑인이 교황에 선출됐을 때 그 권위를 인정할 수 있을까? 단정할 수는 없지만 큰 논란은 없을 듯하다. 이미 가톨릭 무게중심이 유럽 바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현재 가톨릭 인구를 놓고 보면 브라질 멕시코 필리핀 등 비유럽 국가들이 세계 1, 2, 3위다. 유럽은 출산율이 낮은 데다 세속화 경향으로 가톨릭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지만, 비유럽 지역에선 가톨릭 신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교황청이 일찌감치 가톨릭 성장 중심국가로 주목했고, 콩고는 가톨릭 신자가 4000만명에 달한다.
변화의 조짐은 프란치스코 교황 시절부터 있었다. 사상 처음 남미 국가에서 뽑힌 그는 유럽 외 지역에서 다수의 추기경을 임명하며 다양성을 추구했다. 그 결과 현재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가운데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이 40%에 달한다.
공식적으로 교황의 권위는 인종이나 국적에 제약받지 않는다. 교황을 일컬어 '하느님의 종들의 종(Servus servorum Dei)'이라고 하는 것처럼 교황이 스스로를 낮추며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프란치스코처럼 헌신, 화해, 청빈의 가치를 실천한다면 13억 가톨릭 신자와 전 세계의 존경을 한몸에 받을 것이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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