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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산업강국 함께하는 제조혁신 2.0] 삼성DNA로 3단계 '업그레이드'… 작업시간 75%↓ 매출 2배 쑥

매경·삼성 공동 캠페인
포장박스 제조하는 대세물산
2018년부터 스마트공장 개선
골판지 투입 효율, 생산늘어
올해 매출 100억원 돌파 자신
한현수 대표 "직원들 대만족"

  • 박소라
  • 기사입력:2025.08.13 17:49:55
  • 최종수정:2025-08-13 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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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수 대세물산 대표(왼쪽)와 김정호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이 삼성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통해 설치 중인 로봇의 작업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한현수 대세물산 대표(왼쪽)와 김정호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이 삼성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통해 설치 중인 로봇의 작업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좋은 설비를 들여 직원들이 더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스마트공장 덕분에 생산성이 높아져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과일·채소 전문 골판지 포장박스 제조업체 대세물산의 한현수 대표는 35년간 박스 하나로 승부해 왔다. 1989년 소규모 자본금과 직원 4명으로 출발해 동서식품 커피믹스 케이스 납품으로 첫 매출을 올렸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절 다방 대신 집에서 커피믹스를 타 마시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포장 수요가 급증했다. 그때의 호황이 수십 년 뒤 지금의 회사를 있게 한 기반이 됐다.

그러나 회사가 지금까지 성장해 오며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일은 예전부터 큰 부담이었다. 젊은 인력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자 한 대표는 12년 전부터 자동화 설비 도입을 결심했다. 한 대표는 "언젠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단순히 인건비 절감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 특성상 숙련공 부재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를 바꿔야 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8년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었다. 포장 업계에서 첫 사례였다.

사업 첫해에는 전산화와 현장 개선에 집중했다. 삼성전자 혁신위원들이 현장에 상주하며 설비 구조와 작업 동선을 하나씩 점검하고, 개선안을 즉시 실행했다. 때로는 삼성전자 위원들이 직접 회사 화장실 청소에까지 나서며 사소해 보이는 불편도 찾아냈다.

한 대표는 "지금까지 회사 경영을 하며 스스로 눈과 귀가 여섯 개쯤 달린 줄 알았는데, 미처 못 본 게 많았다"며 "작은 것부터 바꾸자 직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현장은 곧바로 변했다. 골판지 박스 생산에 쓰이는 재단용 금형의 한 종류인 목형 관리 시간은 120초에서 30초로 75% 줄었고, 금형(목형)을 꺼내는 데 걸리는 시간도 20초에서 7초로 65% 단축됐다. 불필요한 이동과 대기 시간이 사라지고, 작업자의 동작 하나하나가 간결해졌다.

이후 2022년에는 자동화 설비와 제조실행시스템(MES) 구축이 본격화됐다. 로봇 팔레타이저(완성된 박스를 자동으로 쌓아 올리는 로봇)를 설치해 포장박스를 자동 적재하고, ERP·MES 연동으로 생산 실적과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공간을 정비하면서 완제품 보관구역은 300평에서 336평으로 넓어졌으며, 선입·선출 구조를 적용해 상차 효율이 함께 향상됐다.

골판지 합지 투입 방식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한 번에 투입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3초가 걸렸지만, 개선 후에는 12~18매를 한 번에 투입하고 2초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연간 수백만 회 반복되는 작업에서 절감된 시간이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된 것이다. 주변 설비 인프라스트럭처 재정비로 연간 정지 시간 60회를 최소화한 것도 가동률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올해에는 박스를 재단하는 기계 앞에 자동으로 박스를 들어 옮기고 쌓는 로봇도 설치했다. 사람 4명이 하던 박스 적재 공정을 로봇 1대가 전담하게 되면서, 인력 운용의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세부 조정만 남았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톰슨 박스 로봇과 MES를 연동해 적재 오류를 줄이고, 작업·출하 지시를 자동으로 발행하는 시스템이 가동될 예정이다.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출하 오류 방지, 서류 자동화까지 물류 전반이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컨설팅 이후 회사는 총 23건의 개선 과제를 완료했다. 단순히 기계만 바꾼 것이 아니라, 작업 환경과 공간 구조, 정보 흐름, 안전 체계까지 전면 재설계했다. 반사경 설치, 지게차 충전소 화재 방지 장치, 고정식 스텝 사다리 제작 등 안전 강화 작업은 비용 부담이 적으면서도 효과가 컸다. 실제로 반사경 설치 후 지게차와 작업자 간 충돌 위험이 줄었고, 고정식 사다리는 고소 작업의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

스마트공장 전환은 2018년 1차 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 2차, 2024년 3차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생산 공정이 전면 재편되고 자동화 설비가 확산하면서, 20명 내외 인원으로 과거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그 결과 최근 몇 년간 연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섰으며, 2023년에는 12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57억원을 기록해 목표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한 대표는 다음 단계로 지능형 스마트공장을 계획하고 있다. 설비와 시스템 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 공정 불량과 비효율을 즉시 잡아내고, 전 공정을 양방향으로 제어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대구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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