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소(가명) KB국민은행 대리는 아침 출근길,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KB GenAI 포털’을 펼쳐 든다. AI 에이전트(잠깐용어 참조)가 고객의 재무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상담 자료를 준비한다. 옆 창구에서는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보험약관을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맞춤형 보장 내용을 설명한다. 과거 수 시간 걸리던 업무는 이제 단 몇 분 만에 오차 없이 처리된다. KB금융그룹 AX(AI Transformation) 경영의 단면이다.

금융권은 AX 전환 왜?

고객, 초개인화·맞춤형 서비스 원해

금융권의 AX 전환은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고객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필연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익숙한 MZ세대 등장으로 고객은 언제 어디서든 비대면으로 빠르고 편리한 초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금융 행동 패턴, 투자 성향 등을 파악하고 최적 상품 박수호·최창원·반진욱·조동현 기자추천, 자산 관리 솔루션 등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마치 숙련된 금융 전문가와 상담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금융 업무 특성상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가 많은데 이 역시 AI가 해결해준다. 서류 심사, 데이터 입력, 콜센터 응대 등 단순 업무를 자동화해 직원들이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도록 돕는 식이다.

KB증권 관계자는 “AI 도입으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면 직원들은 일상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더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이나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예를 들면 투자분석 보고서 작성의 경우 AI가 시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해 기본 보고서를 생성하는 역할을 하고 직원들은 이 리포트를 기반으로 더 빠른 투자 의사 결정이나 더 정확한 고객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X 전환은 위험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금융 산업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예측함으로써 대출 사기,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고를 사전에 감지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사진 확대

AI 활용, 현장에선?

AI 금융 변화 이끌다

금융 현장에서는 AI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며 업무 혁신과 고객 경험 개선을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

이제 AI 기반 고객 상담, 맞춤형 서비스는 기본이다. 우리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생성형 AI 기반 ‘AI뱅커’와 ‘AI대출상담원’을 내놓고 실제 직원과 같은 자연스러운 상담 경험을 제공한다. 앞으로 ‘AI청약상담원’을 통해 개인화된 청약 상담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 역시 ‘AI 브랜치’를 통해 AI 은행원이 주요 업무를 처리하고, 자체 LLM이 적용된 생성형 AI로 시니어 고객도 쉽게 업무를 처리해준다.

증권가에서도 이런 장면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AI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와 ‘MY AI’를 통해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구성 및 랩 상품 추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투자 문턱을 낮추고 있다. NH투자증권의 ‘GPT 뉴스레터’는 맞춤형 투자 시장 뉴스를 제공하고, ‘차분이’ 서비스를 통해 차트 분석을 쉽게 돕는다. ‘월가 라이브’에는 AI 기반 한국어 더빙·요약 기능을 도입해 해외 투자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AI를 기반으로 리스크 관리, 금융 사고 예방도 고도화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생성형 AI 기반 상담 시스템 ‘운영GPT’로 운영 리스크 관리 효율성을 높였다. 또 ‘이상징후검사시스템(FDS)’ 고도화로 잠재적 금융 사고를 예방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특화된 AX 활용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IBK기업은행은 AI 기술을 활용해 소상공인 경영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뤼튼테크놀로지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중소기업 일자리 지원 사업 확대에 나섰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전문 채용포털 ‘i-ONE JOB’ 내에 뤼튼 챗봇 서비스와 전용관을 구축해 구직자의 취업 역량 강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에는 네이버클라우드, 혜움랩스와 ‘AI 시대 소상공인 경영혁신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 기관은 생성형 AI 기반 소상공인 디지털 경영지원 서비스 개발, 맞춤형 교육 서비스 제공, 세금 환급 서비스 제휴 등을 통해 소상공인 경영혁신을 지원하기로 했다.

AX 전환의 미래와 과제

AI 인재 확보·양성에 사활

금융권의 AX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금융 회사가 AI를 직접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AI 기술을 어떻게 잘 활용하고, 도덕적인 테두리 내에서 관리되도록 할 것인지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이 금융 회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부분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아 끈기 있는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금융권의 AX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수익성 강화, 업무 생산성 제고, 효율성 증대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해 AI 인재 확보·양성과 기술 내재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면서 “앞장서서 전 직원의 AI 전환 동참을 이끌어내고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국내 최고의 AI 전문 금융 회사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잠깐용어 *AI 에이전트

자율적으로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

[박수호·최창원·반진욱·조동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3호 (2025.06.09~2025.06.17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