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는 ‘감액배당’ 과세 논의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상장사와 주주 사이에선 당혹감이 감돈다. 대표 수혜 기업으로 꼽혀온 메리츠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주주들은 감액배당 과세 논의 자체를 입길에 올린다. 승계 재원 마련이 다급한 중견 상장사도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기류가 팽배하다.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 합이 자본금 1.5배를 초과할 경우, 초과 범위 내에서 주총 결의를 거쳐 일정 수준 감소시킨 후 이를 재원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전략을 뜻한다. 개인 주주에게는 배당소득세가 부과되지 않고 종합소득세 산정 기준이 되는 배당소득에서도 제외된다. 최근 감액배당을 추진했거나 추진하려는 기업도 늘었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감액배당 과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국세청, 한국금융투자협회, 조세심판원 등 유관기관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기재부 측은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과세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감액배당 차액(감액배당액-주식취득액)에 과세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감액배당 과세 내용이 올 하반기 세법 개정안에 담길 수 있단 관측도 관가에선 나온다.
정부 논의에 일부 상장 기업 주주와 오너 일가는 ‘날벼락’을 맞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메리츠그룹은 감액배당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대주주 조정호 회장과 개인 주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영리한 전략을 폈다. 지분율 48%대인 조 회장은 2023·2024년 결산 배당금만 3600억원을 웃돈다. 우리금융지주도 올해부터 감액배당을 실시하기로 해 투자자들은 이를 반긴다.
승계 재원 등 목적으로 감액배당을 추진하던 중견 상장사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로 알려진다. 자동차 부품사 모토닉은 최근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이 통과됐다. 지난해 대량 상속으로 최대주주가 된 김희진 대표이사(지분율 15%)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감액배당 안건을 ‘셀프 상정’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키워온 SNT그룹 지주사 SNT홀딩스도 지난해 감액배당 재원 900억원을 마련해뒀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상장사들이 과세 불확실성을 피하려 감액배당 재원을 한 번에 터는 ‘폭탄배당’을 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7호 (2025.04.30~2025.05.06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