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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기안84가 그려 주는 내 모습…여기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는데

  • 이가람
  • 기사입력:2025.03.11 17:15:01
  • 최종수정:2025-03-11 17: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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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웹툰 캐리커처’를 실물로 만날 수 있는 포토부스를 설치했다. [사진 = 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웹툰 캐리커처’를 실물로 만날 수 있는 포토부스를 설치했다. [사진 = 네이버웹툰]

K-웹툰이 인공지능(AI)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작품 추천·광고 알고리즘을 형성하는 데에서 나아가 창작자의 웹툰 제작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거나 지식재산권(IP)과 연계한 서비스를 선보여 수익 창출과 경쟁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11일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서 운영되는 AI 기반 ‘웹툰 캐리커처’ 포토부스가 웹툰 팬덤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애플리케이션에서만 제공했던 웹툰 캐리커처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옮겨 온 시도가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7월 웹툰 캐리커처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을 한 장만 올려도 인기 웹툰 작가의 그림체로 캐리커처를 만들어 주는 기능이 탑재됐다. 조석 작가(마음의 소리)를 시작으로 이말년 작가(이말년 씨리즈)와 기안84 작가(패션왕)의 그림체가 추가됐다. 현재 접속자 수 145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더현대서울 입구를 통과해 정면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초록색 자판기 세 대가 일렬로 서 있다. 이용법은 간단했다. 포토부스 앞에서 원하는 작가의 그림체와 프레임을 선택한 뒤 카드 결제를 마치고 위쪽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면 사진 촬영이 끝난다. 그림체 전환이 완료되기를 기다렸다가 인화된 사진을 손에 넣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 남짓에 불과했다.

기자의 사진은 화가 잔뜩 난 회사원의 모습으로 출력됐다. 솔직히 뜨끔했지만 알고 보니 프레임에 따라 포즈와 구도가 정해져 있었다. 납득이 됐다.

가격은 장당 7000원이다. 앱에서는 장당 2000원에 캐리커처를 받아볼 수 있기에 비싼 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용자 만족도는 높았다. 지난 5일 기준 이용자가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 규모도 과거 공항과 쇼핑몰 팝업스토어에서 운영했던 포토부스와 비교해 3배 가까이 컸다.

네이버웹툰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 설치한 인공지능(AI) 서비스 ‘웹툰 캐리커처’ 포토부스에서 출력된 사진들. [이가람 기자]
네이버웹툰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 설치한 인공지능(AI) 서비스 ‘웹툰 캐리커처’ 포토부스에서 출력된 사진들. [이가람 기자]

포토부스 앞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초등학생일 때부터 김규삼, 이말년, 조석 같은 웹툰 작가를 남자 친구라고 부르며 좋아했다”라며 “시간이 모자랄까 봐 점심을 빨리 먹고 왔는데 사진이 금방 뽑혀서 굳이 그럴 필요 없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B씨는 “벌써 2만원 넘게 썼지만 만족스러운 경험이 됐다”면서도 “친구랑 같이 찍고 싶은데 무조건 혼자 찍어야 해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머러스한 그림체도 좋지만 황혜진 작가(여우놀이)와 들덤 작가(작전명 순정) 같은 소녀스러운 그림체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네이버웹툰은 사진에 웹툰 필터를 씌워 주는 ‘툰필터’, 캐릭터에게 다양한 의상을 입혀 보는 ‘캐릭터 포토카드’, 로맨스 판타지 속 주인공으로 변신할 수 있는 ‘이번 생엔 로판 여주’, 좋아하는 캐릭터와 대화하는 ‘캐릭터챗’ 등을 공개한 바 있다.

네이버웹툰은 앞으로도 IP와 AI를 결합하는 도전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미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 작가들의 저작권 동의를 받고, IP 사용료를 지급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번 포토부스에서 발생한 수익도 창작자에게 분배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불법 웹툰 유출 탐지가 가능한 ‘툰레이더’, 웹툰 추천 기능 ‘큐레이터’, 유해 콘텐츠를 걸러낼 수 있는 ‘엑스파이더’ 등 다양한 영역에 AI를 도입했다. 창작 보조 도구 개발에도 착수해 콘텐츠 발전·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강수연 네이버웹툰 AI 플래닝 리드는 “별다른 사전 홍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이용자가 웹툰 캐리커쳐를 즐겨 주셔서 감사하다”며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웹툰 경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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