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책임연구원은 "피부 표면에 있는 단백질을 추출해 피부에 유익균·유해균이 얼마나 있는지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얼굴 사진을 찍고, 평소 피부 상태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자 결과가 나왔다. 유해균은 70점, 유익균은 30점. 눈밑 주름과 잡티 같은 트러블이 있는 곳이 연두색 점으로 화면에 표시됐다. 이후 5분 만에 모공·유분 케어용 화장품이 용기에 담겨 나왔다.
이날 피부 진단에는 마이크로바이옴 진단키트 '카이옴(CAIOME)'이 쓰였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동식물이나 토양, 바다 등 모든 환경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뜻한다. 사람 피부에도 유익균과 유해균이 공존하며, 이 미생물 사이의 균형이 피부 건강을 좌우한다.
카이옴은 '인공지능(AI) 초개인화 스킨케어 솔루션'에 필요한 진단 기술이다. 피부 속 유해균과 유익균을 분석해 맞춤형 화장품 처방이 가능하게 설계됐다. 현재 카이옴은 피부 장벽에 도움을 주는 락토바실루스 계열(유산균)과 유해세균을 억제하는 에피더미디스 계열, 유해균인 아우레우스(대장균)와 염증을 일으키는 아크네스 등 4종을 진단한다.
카이옴 연구를 총괄한 김진모 한국콜마 융합기술연구소장은 "마이크로바이옴 진단키트로 손쉽게 내 피부를 진단하고, 초개인화 트렌드에 맞는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키트와 광학 진단, 설문을 통해 한국콜마가 분류할 수 있는 피부 종류는 2만여 종에 달한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키트'에 착안해 마이크로바이옴 키트 개발을 시작했지만 카이옴을 완성하는 데까지는 꼬박 3년이 걸렸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정확하게 감지하도록 키트의 민감도를 높이는 과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김 소장은 "키트 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아 마음을 졸였다"며 "피부 진단 결과에 따라 많게는 수십만 가지, 적게는 수십 가지 맞춤형 솔루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맞춤형 화장품법'에 따라 조제사가 처방하는 형식으로만 제조가 가능하지만, 프랑스나 미국에서는 개인 피부에 맞는 맞춤형 샴푸나 스킨케어 제품이 상용화돼 있다. 이 진단키트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가 됐다.
한편 한국콜마는 특정 피부 고민이나 증상을 겨냥하는 타깃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KOLBM20'이라는 미생물 균주를 발견해 학계에 발표했다. 20대 피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락토바실루스 계열 미생물로, 회사 측은 이를 선케어 제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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