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M&A도 모색할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심 무죄 선고’를 계기로 글로벌 경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전 세계가 ‘관세 전쟁’을 벌일 태세여서 어느 때보다도 글로벌 경영이 절실한 순간이다.
이 회장 앞에 놓인 숙제는 크게 두 가지다. 관세 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경쟁사보다 뒤처져 있는 반도체 선단공정에 대한 기술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앞서 이 회장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의 수장이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법원 판결에서 무죄 선고를 계기로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되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무죄 판결이 중대한 시기에 내려졌다”면서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기술적 우위를 잃으면서 주가가 6개월간 3분의 1 이상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사히신문은 이 회장에 대해 “세계 최대 규모의 칩과 스마트폰 제조업체 수장으로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면서 “각종 지정학적 혼란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정보기술(IT) 지출이 감소하는 등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법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사실상 던진 만큼 공격적인 글로벌 행보를 펼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대규모 해외 투자와 글로벌 인수·합병(M&A)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회장은 2017년 법적 리스크가 불거지기 직전까지 수년간 M&A를 활발하게 주도했다.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방산·항공기 엔진 사업), 삼성탈레스(방산전자),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을 한화에 매각했다. 2014~2016년에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업 스마트싱스, 삼성페이의 근간이 되는 루프페이, 전장과 오디오의 강자 하만을 잇달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반도체, AI, 바이오를 비롯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아울러 전자 업계는 이 회장이 트럼프 시대를 맞아 ‘대미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삼성전자의 핵심 시장이자 반도체 글로벌 거점이 있는 지역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총 170억달러를 투자해 4나노미터(㎚) 공정 시설을 구축하고 있고,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CHIPS Act)’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약 47억4500만달러를 지원받기로 한 상태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략이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텍사스 생산 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1개월을 유예했지만, 멕시코산에 대한 관세 인상은 안심하기 이르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에 TV와 가전 생산 공장을 운영한다. 미국 정부의 자국 내 제조 확대 압박으로 인해 일부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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