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수입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오는 7일 철강 부문과 관련해 새로운 정책 패키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패키지에는 무관세 적용 철강 수입 쿼터(할당량) 물량을 현행 대비 절반 가까이 줄이는 방안이 포함될 예정이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철강 업계 협회 관계자들과 만나 이러한 내용을 사전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EU가 여러 차례 예고한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 제도의 대체안 성격을 갖는다.
EU의 철강 세이프가드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해 도입된 제도로, 국가별 쿼터까지는 무관세를 적용하되 초과 물량에는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내년 6월 30일부로 만료된다.
EU는 중국산 철강의 과잉 공급 문제에 더해 미국의 50% 철강 품목관세까지 겹치면서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번 관세 인상과 수입 쿼터 축소 역시 사실상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EU가 미국과 보조를 맞춰 동일한 50% 관세를 도입하면 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유럽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를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EU 역시 미국의 50% 철강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나 양측 무역합의 공동성명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저율관세할당(TRQ)' 도입 가능성이 명시돼 있다. EU는 후속 협상에서 미국 측에 유럽산 철강에 TRQ 제도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U가 새로운 철강 무역 보호 조치를 도입하면 한국산 철강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4월 EU가 세이프가드 물량을 일부 축소했을 때 한국산 철강 쿼터가 최대 14% 줄어든 바 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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