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10.01 13:52: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정치색 짙은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미군 지휘관들을 상대로 “좌파 이념을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자신의 관세 정책·국경 봉쇄·범죄 척결 성과를 내세우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은 무표정으로 침묵을 유지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농담을 던져도 간간이 웃음이 터져 나올 뿐, 대부분의 시간은 차가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군 최고 지휘부를 상대로 선거 유세 스타일의 연설을 했다”며 “이는 정치와 군의 분리를 추구해온 수십년간의 선례를 중대하게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라앉은 분위기를 감지하곤 “이렇게 조용한 곳에 들어온 건 처음”이라고 말하며 어색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손뼉을 치거나 웃어도 된다며 “편하게 하라”고 했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군 지휘부가 절제된 태도를 유지한 배경에는 ‘헌법에 충성한다’는 군의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관련 행사에 전투복 차림으로 참석했다가 거센 반발을 사고 공개 사과한 전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방부 고위 지도부는 이날 행사에 앞서 지휘관들에게 현장에서 반응을 보이거나 환호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미군은 정치중립을 유지하고 미국 헌법에 충성하고 어떤 정당이나 정치 운동에도 속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런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지휘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정치적 발언에 반응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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