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1 20:23:24
세계적 미식 평가 안내서인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식당이 ‘별점’을 자진반납하는 등 유럽 식당가에서 미쉐린 가이드 등재를 꺼리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루카에 있는 레스토랑 ‘질리오’는 지난해 10월 미쉐린 측에 자신들이 받은 별점을 삭제하고 등재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레스토랑의 공동 소유주인 베네데토 룰로는 미쉐린에 등재되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기교를 부린 음식과 격식을 차리는 분위기의 식당일 거라 지레짐작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분자요리의 대가인 프랑스 셰프 마르크 베라는 최근 프랑스 메제브 스키 리조트에서 새로 연 레스토랑에 미쉐린 비평가들의 출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미쉐린 별점을 받게 되면 이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실제로 2011년 영국 런던에 위치한 레스토랑 피터샴 너서리를 운영한 스카이 긴겔 셰프는 미쉐린 별점이 저주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레스토랑이 미쉐린에 등재된 후 너무 바빠졌고 자신의 스타일과는 상반되는 파인다이닝을 요구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미쉐린 가이드북 판매가 저조해진 것도 이같은 변화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쉐린 측은 최근 가이드북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각국 관광 당국으로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
음식 비평가 앤디 헤일러는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미쉐린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했다”며 “더 이상 인쇄된 가이드북을 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 미국, 중국 등의 관광청으로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미쉐린 가이드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힘들어졌다는 점도 또다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헤일러는 “미쉐린이 관광청으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고 ‘미안하지만, 식당들이 모두 형편없으니 별을 줄 수 없다’라고 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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