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4.12.27 21:24:30
아제르, 예비조사 결론 “우크라 드론 착각해 요격” 美도 ‘오인 격추설’에 무게 추락지 카자흐는 신중 입장 러 “최종 결론까지 추측 안돼
총 38명의 사망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가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일어났다는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자국 여객기 추락 사고에 대한 예비 조사 결과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또는 그 파편이 추락의 원인이 됐다고 이날 결론냈다.
전날 오전 아제르바이잔 바쿠 국제공항을 출발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는 러시아 그로즈니로 향하던 도중 급격히 항로를 카스피해 쪽으로 변경했다. 바다를 건넌 기체는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인근에 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다. 실시간 항공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여객기는 추락 전까지 최소 1시간15분 동안 일정한 속도와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에 따르면 항공기는 러시아 그리즈니 상공에서 피격됐다. 해당 지역은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잇따랐던 만큼, 러시아 방공망이 항공기를 드론으로 오인해 격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군 당국은 이날 여객기가 추락하기 불과 3시간 전에 우크라이나 드론 1대를 그로즈니 서쪽 블라디캅카스 상공에서 격추한 바 있다. 유로뉴스는 현지 매체를 인용해 여객기를 겨냥한 미사일이 러시아 단거리 공중 방어 시스템인 ‘판치르-S’에서 발사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격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여객기의 수직 꼬리 날개가 미사일에 타격을 받아 기체가 통제 불능 상태에 놓였다는 것이다. 추락 현장 사진에 따르면 꼬리 날개 부분에 피격의 흔적으로 보이는 구멍이 여럿 발견됐다. 러시아군의 활동을 추적하는 비영리 조사단체 ‘분쟁정보팀(CIT)’의 루슬란 레비예프는 “비행기 동체에 난 구멍은 공대공 미사일에 탑재되는 종류의 발사체와 ‘판시르-S1’와 같은 방공 시스템에서 발사되는 대공 미사일로 인해 받은 충격과 매우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승객들의 증언도 격추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생존자인 한 승객은 이날 러시아 국영 방송 RT에 “폭발음과 함께 항공기의 외피 일부가 날아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방공망에 의한 피격설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의 방공망이 아제르바이잔 항공기를 공격했다는 징후가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는 사고 원인을 단정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아제르바이잔 당국의 예비조사와 관련해 “결론이 나오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 항공 당국은 사고 여객기의 추락 원인이 ‘버드 스트라이크’(새 떼와 충돌)’라고 주장했다.
여객기 추락지인 카자흐스탄 당국도 신중한 모습이다. 여객기 사고 조사위원회 위원장인 카나트 보짐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이날 “우리는 러시아나 아제르바이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정보를 받은 바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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