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20 03:18:53
지브릴 시세를 향한 ‘살인 태클’로 유명한 정즈. 그는 왜 2002 한일월드컵에 출전하지 않았을까.
중국 축구의 황금기는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한일월드컵 때다. 그들은 대한민국과 일본이 자동 진출권을 획득한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컵 진출권을 품었다. 물론 한일월드컵에서는 3전 전패로 무너졌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때의 중국에는 정즈가 없었다. 그는 중국 축구에서 몇 안 되는 해외파로 유명하며 그중에서도 나름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낸 선수였다. 그럼에도 한일월드컵에서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당시 정즈는 선전 소속으로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은 어린 선수였다. 국가대표 데뷔 역시 2002년 12월 시리아전으로 늦었다. 그렇다면 한일월드컵에 없었던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 하나, 이를 두고 중국 내 반응이 엇갈렸다.
한일월드컵에 출전한 리웨이펑은 당시 정즈의 명성과 기량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라 밀루티노비치가 선택하기에는 정즈가 부족했다고 한 것이다.
리웨이펑은 “당시 중국에는 치훙, 리샤오펑, 마밍위 같은 선수들이 같은 포지셔에 있었다. 그리고 팀 전체가 재능으로 가득했다. 그때의 정즈가 고려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이후 정즈가 중국 축구의 핵심이 된 건 개인의 발전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밀루티노비치의 판단이 틀렸다고 볼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하나, 전 중국 국가대표 쉬량은 달랐다. 그는 “한일월드컵에 나설 강력한 연줄과 배경이 없었기에 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 ‘소후닷컴’은 “정즈의 한일월드컵 관련 주장은 리웨이펑이 훨씬 더 합리적이다. 쉬량의 주장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 부정할 수 없는 건 당시의 중국은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세대였다는 것이다. 판즈이, 리티에, 치훙, 순즈하이, 리샤오펑, 마밍위 등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스타들이다. 당시 정즈는 20대 초반이었고 명성과 실력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리웨이펑의 주장이 객관적이고 솔직한 평가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쉬량이 주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근거가 부족하다. 밀루티노비치는 외국인 감독이었기에 중국 내 연줄이 전혀 없었다. 그의 선수 선발 기준은 오직 실력과 전술 이해도였다. 청소년 대표 시절 두각을 나타낸 두웨이, 취보를 선발한 건 공정한 경쟁을 했다는 근거다. 정즈는 중국 리그 안에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쉬량의 주장은 당시 상황과 맞지 않다. 그리고 밀루티노비치에 대한 불필요한 폄하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즈는 찰턴 애슬레틱, 셀틱 등 다양한 곳에서 커리어를 보냈다. 그리고 중국을 대표, 109경기 출전해 15골을 넣었다.
정즈가 가장 유명해진 건 2006 독일월드컵 개막 직전 치른 프랑스전이었다. 그는 시세를 향해 ‘살인 태클’을 시도했고 다리를 부러뜨렸다. 이로 인해 시세의 커리어 역시 크게 흔들렸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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