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06 13:00:00
이제 ‘국제 망신’의 범주에 들어섰다.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가 부실한 선수 관리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팀의 에이스 안우진이 2군 청백전 등판 이후 수비 훈련 도중 다쳤다.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의 큰 부상이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중인 안우진은 지난 2일 휴일을 맞아 퓨처스팀 홈구장인 고양 국가대표야구훈련장에서 실전 점검을 위한 자체 청백전에 등판해 1이닝을 소화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당시 코치진은 청백전에서 패한 팀에게 추가 훈련을 실시했다. 안우진은 제외를 요청했지만, 코치진은 ‘너만 예외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키움 구단은 “외야 필드에서 진행된 추가 펑고 훈련은 강도가 높지 않았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소식통을 통해 확인된 장면은 사실과 달랐다.
안우진을 비롯한 경기에 패한 팀이 소화한 훈련은 야구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개밥’이라는 속어로 불리는 사이드 펑고였다. 펑고 타구를 사이드로 멀리 때리면 그걸 잡으러 가고, 다시 반대편으로 이동해서 잡는 훈련이었다.
투수의 수비 훈련은 필수적이지만, 이런 강도의 훈련을 그것도 등판을 마친 투수들에게 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마디로 ‘훈련’이 아닌 ‘체벌’이었다.
결국 안우진은 훈련 도중 넘어져 어깨를 다쳤고, 수술을 받게 됐다. 토미 존 수술 이후 회복중이던 그는 1년의 세월을 더 허비하게 됐다. 코치진의 구시대적인 발상이 선수를 망쳤다.
안우진은 KBO리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선수였다. 자연스럽게 이 소식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에도 전해졌다.
반응은 예상한 대로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상황을 전해 들은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의 한 구단 단장은 “그런 훈련을 왜 투수한테 시키는가?”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다른 구단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키움 구단은 이번 사건과 관련, 제일 쉽지만, 제일 무책임한 방법을 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이 벌어진 이후 선수단을 모아놓고 ‘상황을 외부에 발설할 경우 퇴단시키겠다’는 협박을 하며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기기에 급급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이제 이들의 구태는 바다 건너 메이저리그 단장까지 알고 있는 ‘국제 망신’이 됐다.
[애너하임(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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