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대표이사 사장 한수희)이 '2025 한국산업 서비스품질지수(KSQI) 콜센터부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서비스품질지수는 88.3점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 특히 공감 영역 지수가 전년 대비 1.8점 상승한 61.4점을 기록해 인공지능(AI) 기술 확산 시대에 고객 공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KSQI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객의 체감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다. KMAC는 2004년 국내 최초로 콜센터 부문 측정 모델을 개발해 매년 발표하고 있다.
올해로 22년째를 맞은 이 조사는 총 48개 산업, 339개 기업·기관의 콜센터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사전 교육을 받은 전문 모니터 요원이 고객 입장에서 콜센터당 100회씩 직접 전화를 걸어 서비스 만족도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022년부터는 평가 체계를 개편해 서비스품질영역과 공감영역으로 구분해 조사하고 있다. 서비스품질영역에서 92점 이상을 획득한 콜센터는 '한국의 우수콜센터'로, 서비스품질영역(92점 이상)과 공감영역(80점 이상) 모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콜센터는 '고객감동콜센터'로 각각 선정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에는 서비스 대응 한계로 서비스품질지수가 87.8점으로, 전년(88.8점) 대비 급락했다. 급격한 비대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시스템 불안정과 상담 여건 악화가 하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2년에 들어서는 평가영역 개편 등의 영향으로 서비스품질 영역은 89.0점으로 상승했다. 신설된 공감영역지수는 67.8점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제도적 개편 효과에 따른 일시적 상승으로, 구조적인 서비스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3~2024년에는 본격적인 AI 상담과 자동화 기술 도입에 따라 서비스 효율은 향상한 반면, 고객 체감 품질 중 '공감' 요소는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에도 서비스품질지수(88.3점)는 안정세를 유지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공감영역지수가 61.4점으로 전년 대비 1.8점 상승한 점이다.
2025년 KSQI 주요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서비스품질과 공감영역 모두 상승했다. 특히 공감영역지수가 전년 대비 1.8점 증가한 61.4점을 기록하며 의미 있는 상승세를 보였다. KMAC는 2022년부터 서비스품질영역과 공감영역을 독립적으로 분리해 평가하고 있다. 서비스품질영역과 공감영역의 '우수' 기준은 각각 92점 이상, 80점 이상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서비스영역에서 이동통신 산업군이 95점으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으며, 공감영역에서는 정유 산업군이 71점으로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AI기술이 심화되는 환경 속에서 공감의 중요성이 재조명되어 전략적 관리지표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둘째, 콜센터 간 서비스 품질 양극화로 우수콜센터 선정 비율은 감소했다.
올해 '한국의 우수콜센터' 선정 비율은 35%로 전년보다 1% 줄었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9개 감소한 117개사가 우수콜센터로 선정됐다. 비우수에서 우수로 상향 전환된 기업은 22개인 데 비해, 우수에서 비우수로 하향 전환된 기업은 31개로 더 많았다. 새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6개 기업 중에서도 단 2개 기업만이 우수콜센터 기준을 충족했다.
우수콜센터와 비우수콜센터 간 품질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우수콜센터의 서비스품질 평균은 전년 대비 0.4점 상승한 92.8점을 기록한 반면, 비우수콜센터의 서비스품질 평균은 0.2점 하락한 84.7점에 그쳤다.
KMAC 측은 "이러한 격차 확대는 콜센터 서비스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비우수콜센터의 서비스 품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셋째, 고객과의 공감 형성,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 올해 '고객감동콜센터'로 선정된 기업은 전체 339개 기업 중 10개사에 불과했다. 고객감동콜센터는 IT 인프라나 시스템과 같은 기술적 요소와 기본적인 서비스 평가뿐만 아니라 상담사와 고객 간 공감 여부를 평가하는 종합적인 기준이다.
최근 AI기술이 발전할수록 서비스 품질과 효율성 외에도 고객 만족을 위한 공감과 소통이 차별화된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간 상담사의 핵심 역량 향상이 향후 콜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KMAC 측은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수신 여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올해 '수신여건' 평균 점수는 작년보다 2점 오른 86점을 기록했다. 특히 상담사 접속성과 상담사 연결 소요시간 항목에서 개선이 이뤄졌다. 고객 응대의 초기 접근성도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였다.
수신 여건은 고객 여정의 출발점이자 신속한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하는 선결 조건으로 꼽힌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수신 여건 점수 상승은 AI, 보이는 ARS, 콜봇 등 디지털 기술의 확산이 콜센터의 수신 응대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음을 보여준다고 KMAC 측은 분석했다.
최근 컨택센터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AI 챗봇, 음성 인식 기술, 고객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기술이 도입되면서 단순 반복적인 상담 업무는 자동화되고, 고객들의 셀프 서비스를 활용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상담사의 역할도 감성적 소통과 복잡한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전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만 현행 상담사 평가 체계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리 콜 수와 평균 상담 시간 같은 양적 지표 위주로 평가가 이뤄져 급여와 인센티브가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KMAC 측은 "단순한 응대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담사의 전문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면서 "고객 경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상담사들에게 보다 정교한 교육과 실질적인 역량 개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컨택센터 상담사 직무 평가와 처우 개선을 위해 필요한 4가지 사항(△업무 난이도 반영 필요 △실제 가치 평가 지표 도입 △보상 체계 개선 △직무재정의)을 강조했다.
이기동 KMAC 사업가치진단본부장은 "컨택센터의 미래는 AI와 인간 상담사가 조화를 이루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AI가 기본적인 문의를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인간 상담사는 보다 복잡한 문제 해결과 공감적 소통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분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사업가치진단본부장은 이어 "상담사는 기존의 단순 응대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 전문가, 소통 전문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발돋움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상담 기술을 향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AI와 협력해 최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사의 문제 해결력과 전문성을 반영한 새로운 평가 체계 마련과 전략적 지원도 주문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과 AI 도입으로 반복 업무는 자동화되고 있지만, 상담사들은 오히려 복잡하고 감성적인 상담을 더 많이 수행하고 있다"면서 "과거처럼 콜 수나 응대 시간 중심의 평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5년 KSQI 조사에서 공감영역과 수신 여건이 모두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고객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상담사의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구조적 개선과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