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5 14:51:38
文,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 “남북간 대화 재개가 무엇보다 중요해 지금이야 말로 대화의 노력이 필요할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은 25일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며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우발적 충돌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다시 한반도 평화의 길로 나설 때다. 역대 민주당 정부가 굳은 의지와 이어달리기로 한반도 평화의 길을 개척했듯이, 평화를 지향하는 유능한 새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역사를 잇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기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은 위험한 주장”이라며 “북한의 핵 개발에 면죄부를 주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포기하는 것이며, 동북아를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수 있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경제 제재를 초래하며, 국가와 민족을 공멸로 이끌 수 있는 위험천만한 주장”이라면서 “균형외교는 안보와 경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국가 생존전략이다. 편중외교는 우리의 지정학적 조건을 치명적 약점으로 만들어버리는 어리석은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의 지정학적 조건을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어 평화와 번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지혜로운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면서 “긴밀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주변국들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냄으로써 한반도에 평화의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한편, 호혜적인 경제협력과 민간교류를 더욱 활성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장은 외교를 복원하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모한 비상계엄으로 상당 기간 정상외교의 공백을 초래했고, 외교의 골든타임을 날려버렸다”며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서둘러서 국익과 평화를 최우선에 둔 전방위적 외교 복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목표인 동시에 과정이다. 역대 정부가 남북 간의 신뢰를 쌓고, 대화했던 노력들 하나하나가 평화로 가는 과정이었다”며 “네 번의 남북정상선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한반도 평화의 정상에 이르지 못했지만 우리가 평화의 길을 다시 이어나간다면 반드시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평화를 위해, 다시 신발 끈을 조여 맬 시간이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남북 간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당시에도 거듭된 북한의 핵과 비사일 도발과 북미 간의 말폭탄으로 한반도가 전쟁 위기에 직면해 있었지만, 결국 남북 대화를 통해 전쟁의 위기를 평화의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남북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고, 도저히 대화를 말할 분위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대화의 노력이 필요한 때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물밑 접촉이 시작되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가 그 대화의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항상 국민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이다. 위대한 우리 국민 덕분에 대한민국은 위기를 극복하며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우고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게 됐다”며 “국민과 함께 역사의 퇴행을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지킨 힘으로 더 굳건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경제와 민생이 다시 활력을 되찾길 바란다”며 “뜨거운 민주주의 열정이 평화를 향한 열망으로 모여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반도 평화의 길로 나설 때”라며 “역대 민주당 정부가 굳은 의지와 이어달리기로 한반도 평화의 길을 개척했듯이, 평화를 지향하는 유능한 새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역사를 잇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지 3년 됐다.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3년이었다”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함께 공들여 이룩한 탑이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해야 하는 나날이었다”고 했다.
이어 “2차 세계 대전 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승격한 유일한 나라, 지난 8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라는 국민적 자부심이 무너졌다. ‘눈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자긍심은 사라지고 추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탄식과 우려가 커져만 갔다”며 “전임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더욱 참담하고 무거웠다”고 토로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이 이날 서울을 찾은 것은 2023년 이후 2년 만의 일이다. 김정숙 여사와 동행했으며, 기념식 참석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유은혜 전 사회부총리,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권칠승·고민정·김한규·박범계·이인영·이용선·한병도·박수현·최민희 등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동연 경기지사 등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도 자리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역 방문 일정으로 인해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의원이 대신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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