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요한 LG CNS AI센터장 첨단기술 아무리 발전해도 현장문제 해결 못하면 공염불 다양한 AI모델 한데 모아 기업 맞춤형 조합 찾아내는 플랫폼 전략 더 중요해져 까다로운 보안기준 충족 NH농협銀·미래에셋생명 등 금융사 특화 AI 개발 드라이브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는 고객 현장 곳곳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합니다."
진요한 LG CNS AI센터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AI의 본질을 기술적 관점보다는 '사업 실행'과 '구조(플랫폼)'라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마디로 AI를 바로 기업 현장에 써먹고,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2023년 말 LG CNS에 합류한 진 센터장은 기존 연구조직과 사업조직을 통합해 AI 연구개발(R&D), 플랫폼 등을 하나로 묶은 'AI센터'를 출범시켰다. 실무형 리더로서 SK텔레콤, 이마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거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AI 기술과 비즈니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데 큰 자산이 됐다고 자평했다.
그가 이끄는 AI센터는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부터 AI 플랫폼 구축, 고객 딜리버리까지 전 인공지능 사업 과정을 지원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금융권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며 'AI 전환(AX)의 핵심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진 센터장이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플랫폼'이다. 그는 기업은 하나의 AI 모델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업무마다 요구하는 AI의 성격과 성능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 센터장은 "기업 환경은 ERP, CRM 등 수많은 시스템이 얽혀 있고, 민감한 정보가 복잡하게 내부에서 유통된다"며 "빠르고 가벼운 모델이 필요한가 하면, 고성능 대규모 모델이 필요한 순간도 있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것은 다양한 AI 모델을 쉽게 교체하고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를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CNS의 'DAP GenAI 플랫폼'은 바로 그런 목적에서 설계됐다. 이 플랫폼은 자체 개발돼 다양한 LLM을 유연하게 탑재·교체할 수 있고 고객의 서버나 클라우드 등 다양한 인프라 환경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LG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 오픈소스 LLM, 글로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까지 유연하게 연결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AI 도입이 더딘 이유로 많은 기업은 '망 분리'와 같은 기술적 장벽을 꼽는다. LG CNS는 이 벽을 넘은 사례로, 신한은행과 함께 국내 최초로 챗GPT 기반의 금융AI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이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특례 승인을 받아 외부 클라우드에서 생성형 AI가 실행되지만 내부 데이터는 암호화된 형태로만 전송되고, 결과 값만 내부망에 반영되는 구조다.
그는 "AI 기술을 실제 금융망 안에 녹이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며 "보안, 법규, 성능 모든 것을 충족해야 하는데 신한은행 사례는 국내 금융 AI 전환의 시작을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말했다. 현재 LG CNS는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NH농협은행, 미래에셋생명 등 다양한 금융사에 맞춤형 RAG 기반 문서 검색, 리서치 에이전트, 자산관리 AI 등 '금융 특화 에이전틱 AI' 개발을 하고 있다.
진 센터장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업(業)'에 대한 이해가 AI 적용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AI가 고객사 업무의 맥락과 언어,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 성능도, 효율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AI를 '디지털 인턴'이라고 여기는 시대"라며 "그냥 질문에 대답하는 게 아니라 업무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스스로 실행하고 피드백까지 하는 에이전틱 AI의 시대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대비로 LG CNS는 캐나다의 AI 유니콘 '코히어(Cohere)'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코히어는 트랜스포머 논문 저자가 창업한 회사로, 에이전트 기술의 선도 기업이다. 양사는 현재 국내 기업 맞춤형 에이전틱 AI를 온프레미스 기반으로 공동 개발 중이며, 연내 시범 적용을 목표로 한다.
진 센터장은 AI 발전 단계를 기준으로 지금을 'AI 페이즈(Phase) 1'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챗봇 수준의 응용에서 이제는 에이전틱 AI, 나아가 피지컬 AI까지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진 센터장은 "AI는 너무 빨리 진화하기 때문에 하나의 모델에 종속되는 순간 도태되기 쉽다"며 "결국 지속가능한 전략은 기술을 담는 '플랫폼'에 있다"고 설명했다.
LG CNS는 엑사원, 클로드, 라마 등 다양한 AI 모델을 한데 연결하고, 기업 맞춤형으로 조합할 수 있는 플랫폼 전략을 중심에 두고 있다. 자체 평가 도구를 통해 각 모델의 정확성, 반응 속도, 맥락 이해력을 비교하고 최적의 조합을 설계한다. 금융 맞춤형 AI 평가 도구에는 29개 평가지표와 1200개 데이터셋이 포함돼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각 산업에 최적화된 LLM을 선별한다.
진 센터장은 "AI는 기술보다 실행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실행의 핵심은 구조이고, 그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게 플랫폼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기술 격차 시대에 플랫폼 없이 AI를 운용한다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AI가 기술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모두 플랫폼 기반의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