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디자인 전문가 설상훈 성균관대 교수 인터뷰 누구나 다 아는 질문 필요 없어 세상에 없던 서비스 제공하려면 AI 활용때도 새로운 질문해야 AI는 영상>사진>글>말 순 선호 부사·형용사보다 동사 사용 눈에 그려지듯 물어야 답변만족
"남들이 묻지 않는 3%를 인공지능(AI)에 물어야 합니다."
국내 최고의 서비스 디자인 전문가인 설상훈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협동과정 교수는 기업의 AI 활용 방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설 교수는 "AI는 평소 97%의 평이한 영역만 이야기하는데 사실 숨겨진 3%, 즉 '여집합'이 있다. 이 여집합을 찾아낼 수 있어야 AI를 통해 진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며 AI 활용에 남다른 접근을 제안했다.
설 교수는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이 좋은 고객 경험을 구현하도록 돕는 서비스 디자인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 LG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많은 대기업의 연구 프로젝트를 책임져왔다. 이뿐만 아니라 2022년 서울에서 개최된 글로벌 대표 전기차 경주대회인 '포뮬러E' 등 여러 국가적 프로젝트도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여집합에 대한 고려는 AI 시대를 맞이하며 고객 경험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중요해졌다.
설 교수는 "이전 시대는 소비자 다수의 '필요'가 있으면 기업이 그 필요를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고객은 '절대 다수의 절대 행복'을 경험하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됐지만, 사람들 스스로 AI를 통해 '나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되면서 환경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각자가 자기 효율을 찾는 시대가 됐다"며 "주도권이 조금씩 개인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 입장에서 이는 위기다. '초개인화'로 세계가 흘러가다 보면 기업은 소비자 '각각'의 행복을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것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업에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설 교수는 "AI로 인해 가장 득을 보는 것은 개인이고, 가장 손해를 보는 쪽은 기업"이라며 "앞으로도 '다양성'을 원하는 개인과 '획일화'를 원하는 기업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며 긴장하고 있는 기업들에 설 교수는 이렇게 조언한다. 그는 "결국 기업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필요한 것이 아닌 '원하는 것'을 새롭게 찾아 제안해줘야 한다"며 "이제는 기업이 먼저 제안을 하고 그것을 소비자가 필요하다고 느끼도록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기본적으로 현재에 없는 미래지향적인 제안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AI를 임원 등 기업 전략을 짤 수 있는 '결정권자'만 쓰는 것이 좋다는 다소 신선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3%의 영역에 숨겨진 제안을 AI를 통해 찾아내 그것을 힘과 인내심을 갖고 밀어줄 수 있는 일은 기업의 결정권자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3% 영역의 가치를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엔트로피는 정보 이론에서 정보의 불확실성이나 무질서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설 교수는 "확정적인 데이터가 많다는 것은 누군가가 시장에 이미 내놨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낮은 것을 의미한다"며 "결론이 다 나 있는 상태에서 AI를 아무리 돌려봐야 결국 엑셀과 다름없기에 데이터가 많은 순간에 AI는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데이터가 적은 곳으로 가야 엔트로피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여집합에 대한 고려는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문제다. 그는 "사람들은 챗GPT가 제공하는 97%의 답변에 현혹돼 있다"면서 "사실상 자신이 원하는 답변이 정해진 채로 질문을 하며 효율성이라는 개념이 모든 것을 지배해버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도 여집합의 프롬프트를 써야 남들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챗GPT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분야를 찾아서 그것을 역으로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며 "만약 그렇게 질문하면 챗GPT도 다른 개념의 접근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AI가 좋아하는 단어로 소통해야 더 높은 수준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좋아하는 단어는 해상도가 높은 언어다. 그는 "해상도가 높다는 것은 곧 시각화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말보다는 글, 글보다는 사진, 사진보다는 영상이 해상도가 높다"며 "글로 프롬프트를 입력할 때도 눈에 그려지듯이 써야 더 명확한 분석을 AI가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AI와 소통할 때 동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사, 형용사 등 실천형 개념이 없는 개념은 경계해야 한다"며 "AI를 활용했을 때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동사형 솔루션이 나올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하고 그것이 나올 때까지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