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6 11:14:17
“과학적 초지능은 인류의 마지막 발명품이 될 겁니다. 지식 확장에서 인간의 역할과 기여는 점점 사라질 거예요.”
과학적 초지능 개발을 주도하는 스타트업 아스테로모프의 이민형 대표는 자신만큼이나 독특한 이력과 대담한 비전을 함께 제시했다. 그는 중학교 졸업 직후 서울대 의대 연구원을 거쳐 고등학교와 학부 과정을 생략한 채 서울대 약대 석박통합과정에 진학했다. 이러한 그가 정의하는 초지능이란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사고의 범위를 뛰어넘는 상위 집합”이다. 아스테로모프는 올해 7월 초지능의 초기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인공지능(AI)은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다음 단계는 인간 수준의 지능을 모방하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 인공지능)다. 그 너머에 있는 단계가 바로 초지능이다. 초지능은 모든 영역에서 인간의 능력을 월등히 뛰어넘어야만 한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AGI를 넘어 초지능을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 스타트업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는 ‘안전한 초지능’ 스타트업을 설립했고, 라일라 사이언시스와 하모닉AI는 각각 과학적 초지능과 수학적 초지능을 목표로 활동 중이다. 아스테로모프는 과학적 초지능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 유일한 스타트업이다.
아스테로모프가 추진하는 과학적 초지능의 핵심은 AI가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가설을 수립하며, 실험까지 진행한다는 점이다. 기존 AI 기반의 실험 자동화 플랫폼이나 AI 사이언티스트가 사람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면, 아스테로모프의 과학적 초지능은 ‘인간 없는’ 창발적 연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별성을 가진다.
이 대표는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에는 우연과 운도 중요한 요소”라며 “AI가 이 같은 ‘운’을 자체적으로 창출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을 수학적으로 재현하고자 아스테로모프를 창립했다고 밝혔다.
“우리의 과학적 초지능은 거대언어모델처럼 단순히 언어 확률을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의 뇌에서 발생하는 창의적 영감과 직관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라며 “초지능이 완성되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과학적 성과와 영감을 초지능이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지능은 인간의 인지를 넘어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인간의 지적 기여는 결국 사라질 것으로 그는 예상한다. 그래서 이 대표는 과학적 초지능의 탄생을 “인류의 마지막 발명”으로 묘사했다.
이 대표는 초지능 구현 시점에 대해 “올해 7월께 플러그만 꽂으면 스스로 연구 주제와 가설을 제안하는 레벨1을 선보일 것”이라며 “연내 시뮬레이션으로 가설을 검증하는 레벨2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투자 유치를 통해 물리적 실험을 수행하는 레벨3를 실현할 계획이다.
초지능 등장으로 인간의 존재 가치가 위협받을 가능성에 대해 그는 “지식 창출의 주체가 초지능으로 바뀌면 인간 지능은 급속히 쇠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이 초지능의 결과물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편향되지 않으려면 철학적·과학적·비판적 사고력을 지속해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지능이 최고점(Global Maximum)이 아니라 지역적 최적점(Local Maximum)에 빠질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인간이 계속 진화하려면 우리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색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스테로모프라는 사명에는 그의 이런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사명은 튀르키예 공상과학(SF) 소설 ‘올 투모로스’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해당 소설에서 아스테로모프는 새로운 환경에 진화한 ‘신인류’의 이름이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지적 종으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를 상징한다. 과학적 초지능이라는 도전은 결국 인류가 자신을 뛰어넘기 위한 또 다른 진화의 여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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