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6 10:42:16
이상민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日·대만처럼 정책적 지원해야
조현병은 뇌기능 이상으로 신경전달물질 분비 등에 문제가 생겨 환청, 망상 등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발현 초기부터 꾸준히 치료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되며, 조기에 치료할수록 치료 예후가 좋다.
조현병 환자의 약물 비순응도는 1년에 40%, 2년에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현병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재발이 반복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가 어려워진다. 실제 치료를 중단한 조현병 환자의 50~70%는 1년 이내 증상이 재발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상민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은 약물 치료를 이어가면 건강하고 평범한 일상 생활이 가능한 질환”이라며, “최근까지도 다양한 약제가 개발돼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 만큼 환자들은 증상이 의심되면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 순응도 개선을 위해 복용 편의성을 높인 다양한 형태의 항정신병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차례 주사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약효가 유지된다.
초발 또는 조기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10여개의 연구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가 증상 조절 및 재발 감소 측면에서 초기 조현병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장기지속형 조현병 주사제 ‘팔리페리돈’의 사후 분석 연구에서도 투여 간격이 길어질수록 치료 중단 후 재발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사 횟수가 줄어듦에 따라 치료 지속성이 높아지고 환자가 경험하는 사회적 낙인도 줄었다.
조현병은 연간 총 직접 의료비용이 약 8000억원, 간접 비용이 5조7000억원(2016년 기준)에 달할 만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사용한 조현병 환자는 연간 치료비용이 경구제보다 약 70만원 낮아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 15개국에서 조현병 환자 357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16년)에 따르면 국내 환자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용률은 약 13%에 불과하다. 이는 아시아 15개국 전체 평균인 1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현재 다양한 국가에서 조현병 환자에게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권장하는 정책을 시행중이다. 대만은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해 별도의 예산을 책정해 이용 활성화를 권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투여 받는 외래 환자에 대해 계획적인 치료 관리를 지속한 경우 월 1회에 한해 수가를 인정한다.
국내에서도 의료급여 환자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본인 부담률을 지속 인하하는 등 정책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본인 부담 면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5일 의료급여 제도 개선에 맞춰 외래 본인부담 면제 대상에 조현병 환자를 추가했다.
이 교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약물 순응도 측면엥서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해 사용량이 낮기 때문에 치료 지속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내년 1월부터는 의료급여 조현병 환자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외래 본인부담금이 면제될 예정으로 비용 부담 완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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