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2 05:51:27
삼성그룹발 바이오 대전환의 중심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있다. 삼성바이오홀딩스가 출범하는 것은 이 회사가 ‘K신약 개발’에 본격 나선다는 의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된 이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에 집중해왔는데, 앞으로는 항암제와 유전자 치료제 등 고난도 희귀질환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를 묶는 ‘바이오홀딩스’ 체제를 검토 중인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술 중심 신약 개발 전략을 강화하며 미래 먹거리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작년 인사에서 고한승 사장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발탁되면서, 후임으로 연구개발을 책임져온 김경아 사장을 임명한 것도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려는 큰 그림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인적분할하면서 본격적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와 유전자 치료제 기반의 신약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서 2023년 국내 바이오벤처 인투셀과 ADC 분야 신약 후보물질 검증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일부 파이프라인은 현재 동물실험 등 전임상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올해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현재 ADC가 가장 빨리 가고 있으며 전임상 단계로, 이후 임상시험 계획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인적분할설은 2~3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바이오로직스가 85%, 바이오젠이 15%의 지분을 보유한 구조였다. 이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50% 가까이 늘렸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를 23억달러(약 3조2000억원)에 전량 인수하며 100%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 2022년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금까지 바이오시밀러 전문기업으로 성장해왔다.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으로 시작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시밀러), 혈액암 치료제 ‘플릭사비’(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등 시밀러 제품을 유럽에서 11개, 미국에서 10개 허가받았다. 창립 13년 만인 지난해 연간 매출이 1조5000억원을 넘겼다.
그러나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면서 시밀러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그룹 내부에서 제기됐다. 바이오시밀러는 개발 비용과 시간 면에서 신약 대비 유리하지만, 시장 진입 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그간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사업을 통해 CMC(화학·제조·품질관리), 글로벌 인허가, 임상 운영 역량을 축적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같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위탁개발생산(CDMO) 중심의 제조업 기반 바이오 전략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술력과 자금력을 활용한 글로벌 인수·합병(M&A)으로 수직 계열화를 노리는 전략은 개인적으로 방향성은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김경아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사장은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로, 서울대 약학과와 미국 존스홉킨스대 독성학 박사 출신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바이오 신약 개발을 맡았고,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류해 개발, 품질, 공정, 인허가 전반을 이끌었다.
김 대표 체제는 시밀러 중심에서 신약으로 체질을 바꾸는 데 중요한 리더십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내부적으로도 연구조직을 신약 중심으로 전환하고, 파트너십 확대를 위한 외부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측은 “신약 개발 역량과 글로벌 전략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 내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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