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0 19:40:46
바이든 진단 받아 관심집중 증상부터 치료까지 가이드 별다른 증상 없어 발견 늦어 50대부터는 검사 꼭 해봐야 1년엔 한번만 피검사하면 돼 치료는 수술·약물 중에 선택
82세 김 모씨는 어느 날부턴가 소변을 봐도 계속 잔뇨감에 시달렸다. 늙어서 그렇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지난해 정밀검사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그는 청천벽력 같은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늦게 발견한 탓에 뼈와 임파선에도 암이 전이돼 있는 상태였다.
의료진은 김 씨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안드로겐을 차단하고 수용체 신호를 억제하는 약물요법을 실시했다. 다행히 1년 간 치료를 받고 난 뒤 종양은 많이 작아진 상태다.
최근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성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암이 많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대통령이 왜 이렇게 늦게 암을 발견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76세 신 모 씨는 “요 몇 년 새 친구들 네다섯 명이 전립선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 전대통령까지 그 병에 걸렸다고 하니, 불안한 마음에 검사 예약을 잡아뒀다”고 했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에 위치한 남성의 생식기 분비기관이다. 소변이 방광에서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통로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또 정액의 일부를 생성해 정자의 운동을 도와주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이 약해지면서 잔뇨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노화 때문으로 여겨 정기검사를 받지 않는다. 유독 늦게 발견되는 암으로 꼽히는 이유다.
통상 전립선암은 피 검사로 알 수 있는 PSA(전립선 특이 항원) 수치와 MRI(자기공명영상) 등의 검사로 진단한다. PSA 검사를 해서 수치가 높게 나올 경우 조직검사나 MRI 검사 대상이 된다. 암일 가능성이 있지만, 전립선 비대증이나 전립선염의 경우에도 수치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유신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생각지 못한 암 진단에 믿지 못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나마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소변을 본 후에도 잔뇨감이 느껴지는 것 등이 전조 증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혁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한국의 전립선암 검진율은 18.6%로 낮은 편이며, 특히 PSA 검진율은 7.1%에 불과하다”며 “고령자들의 검진율이 높아지면서 고위험 전립선암 비율도 함께 높아진다. 특히 75세 이상에서는 68.2%가 고위험군”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전립선암이 고령에서 더 공격적으로 나타나며, 낮은 검진율로 인해 조기 발견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조 교수의 진단이다. 고령 환자에 대한 검진 정책 강화가 시급하고, PSA기준 조정도 필요할 수 있다고 그는 밝혔다.
고위험군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인데, 전체 환자 가운데 10%정도가 유전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이나 위암처럼 체내 염증이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정인갑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 건강검진 확대 등으로 국내 전립선암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국립암센터가 최근 발간한 논문에 따르면 올해 전립선암이 남성암 발생률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특히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과 형평성, 치료비용 대비 효과성 등을 충분히 검증한 뒤 로봇수술 등에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치료법은 크게 수술과 약물 투여로 나뉜다. 한웅규 세브란스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조기에 발견한 경우 임상적으로 중요한 암인지 아닌지 의료진이 판단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최근에는 뼈 전이가 일어난 상태라도 큰 합병증 없이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만약 암이 전립선에만 국한돼 있다면 완치를 목표로 먼저 수술을 한다. 전립선과 정낭을 한 번에 적출하는 방식이다. 이때 암 조직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겨진 구조물을 잘 보존해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대표적인 수술 후유증으로는 요실금이 있다. 요도를 조이는 괄약근 조직이 전립선과 인접해있어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다.
다른 장기로 전이가 일어난 경우라면 약물 치료를 적극 고려한다. 남성 호르몬을 차단해 암 조직의 성장과 진행을 억제하는 원리다. 전립선암 치료제로는 얀센의 얼리다·자이티가, 아스텔라스의 엑스탄디 등이 주로 사용된다.
수술과 약물치료 외에 최신 치료법들도 등장했다. 다만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용부담이 크다. 의료계에서는 최근 5년 전립선암 진료비용이 급증한 원인이 이 같은 최신 치료법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루테튬 등의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가 대표적이다. 표적 물질에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한 것으로, 암세포에만 방사선을 내뿜어 죽이는 기전을 갖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빅5를 비롯한 주요 병원에서 실시중이다. 통상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는 6주 간격으로 총 6회 진행되는데, 1회 비용이 4000만원에 달한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입자 기기로 전립선암을 치료한다. 2023년 4월 첫 치료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약 500여 명의 환자들이 중입자 치료를 선택했다. 마찬가지로 건보 적용이 되지 않아 치료비용이 6000~7000만원에 달한다.
대표 명의로는 최영득·한웅규 세브란스병원 교수, 홍준혁·정인갑·유달산 서울아산병원 교수, 이지열·홍성후 서울성모병원 교수, 곽철 서울대병원 교수, 전성수 삼성서울병원 교수 등이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