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레이턴 아카마이 CEO OTT콘텐츠·웹사이트 보안 아카마이의 기술력 뛰어나 디도스·랜섬웨어 공격 대비 미리 솔루션 갖추는게 중요
"전 세계는 지정학적인 긴장 관계로 인해 사이버 공격의 규모와 복잡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공격자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덕에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달 초 한국을 찾은 톰 레이턴 아카마이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설립자는 매일경제와 만나 올해 사이버 보안의 심각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아카마이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콘텐츠의 빠른 제공을 돕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분야의 글로벌 1위 사업자다. 이제는 보안과 클라우드 영역으로도 확장해 입지를 구축했다.
글로벌 OTT나 게임 등 콘텐츠 서비스부터 일반적인 기업의 웹사이트에도 아카마이의 기술이 활용된다. 현재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보안 사업에서 나온다. 202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아카마이는 39억9100만달러(약 5조9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보안 부문이 약 52%를 담당했다.
레이턴 CEO는 생성형 AI 기술로 사이버 공격 또한 더욱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AI를 활용하면 공격 코드도 생성할 수 있고, AI를 계속 훈련함으로써 사이버 방어 인프라를 우회하도록 학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해 가짜 프로필이나 봇을 만들어내 접근하는 공격 행태도 빈번해졌다. 글로벌 보안 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에 AI를 활용한 피싱이나 사칭 공격은 상반기 대비 무려 442% 늘었으며, 사이버 공격을 가할 취약점을 찾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레이턴 CEO는 "딥페이크 기술의 악용도 쉬워졌다"며 "이제는 단순히 피싱 이메일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딥페이크 기술로 마치 진짜 영상회의를 하는 것처럼 꾸며내 속이는 공격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카마이는 소프트웨어 간 연결할 때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보안 솔루션, 디도스(DDoS)나 랜섬웨어 공격 방지 솔루션 등의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생성형 AI에 대한 보안도 계속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레이턴 CEO는 "AI 서비스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AI 공격자들은 기업들의 고객용 챗봇 등을 공격해 사내에 있는 정보를 습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빼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목표는 기업들이 업무에서 AI 애플리케이션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공격을 받은 후가 아닌, 공격받기 전에 미리 솔루션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턴 CEO는 1박2일의 짧은 방한 일정 동안 주요 고객사들과 미팅을 하고, 별도로 약 16개 고객사의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들과 만나 이 같은 보안 동향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는 300개 이상의 기업이 아카마이의 고객사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아카마이의 주력 사업 중 하나다. 아마존웹서비스(AWS)나 구글 클라우드처럼 대형 데이터센터 기반의 하이퍼스케일러 서비스는 아니지만, 전 세계 도시에 분산된 인프라를 활용해 고객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서비스로 차별화하고 있다.
레이턴 CEO는 "AI는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아주 큰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서 AI 거품론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아카마이가 타깃하는 것은 대규모언어모델(LLM) 훈련 등의 컴퓨팅 수요가 아닌 이용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챗봇이나 코파일럿과 같은 중간 정도의 컴퓨팅이고, 여기서 큰 잠재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아카마이는 세상에서 아무도 모르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인터넷 기업 중 한 곳"이라며 "수십억 명의 삶을 개선하고 온라인 경험을 안전하고 생산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