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6 13:13:00
‘미지의 서울’ 박보영이 두 인물의 인생을 오롯이 살아내며 안방극장을 매료시켰다.
박보영은 지난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 (극본 이강, 연출 박신우,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몬스터유니온, 하이그라운드)에서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동생 ‘유미지’와, 서울 대기업 공사 기획전략실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언니 ‘유미래’ 역을 맡아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쌍둥이 자매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날 방송에서는 단기 계약직을 전전하는 미지가 우연히 언니 미래의 고된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내가 너로 살게. 넌 나로 살아”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건네고, 자매가 서로의 삶을 바꾸는 파격적인 이야기가 그려졌다. 박보영은 활기차고 거침없는 미지의 성격을 생생하게 표현함은 물론, 과거 육상 천재 시절과 첫사랑 호수와의 이별, 현재의 상실과 불안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며 인물의 깊이를 더했다.
서로의 자리를 바꾼 자매가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1인 2역에 도전한 박보영의 연기 내공은 첫 회부터 빛을 발했다. 서울에서 냉담한 조직문화 속 ‘미래의 삶’을 대신 살게 된 미지, 고향에서 가족과 다시 연결되는 ‘미지의 삶’을 경험하는 미래. 박보영은 두 인물의 캐릭터를 전혀 다른 에너지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단숨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특히 회의실에서 “ESG 경영”에 대한 질문에 당황하는 장면에서 박보영은 미지 특유의 엉뚱함과 위트를 자연스럽게 녹여냈고, 미용실에서는 자매의 티키타카를 경쾌하게 주고받으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감정의 급격한 진폭 없이도 인물의 내면을 표정과 눈빛, 리듬으로 드러내는 그의 표현력은 이야기의 중심을 단단하게 지탱했다.
이처럼 박보영은 겉모습은 똑같지만 내면은 전혀 다른 미지와 미래의 온도차를 자신만의 세심한 연기로 설득력 있게 채워냈다. 단순한 1인 2역을 넘어 한 인물 속에 두 사람의 인생을 동시에 살아가는 듯한 복합적인 감정선을 정교하게 쌓아 올렸다. 뿐만 아니라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에도 절제된 표현으로 깊은 여운을 남기며, 인물의 심리를 촘촘히 쌓아가는 연기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었다.
‘미지의 서울’을 통해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박보영. 웃음 뒤에 감춰진 쓸쓸함과 흔들림 속에서도 단단함을 잃지 않는 연기를 통해 앞으로의 서사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MBN스타 박소진 기자 mkculture@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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