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6 07:54:00
“저에게 있어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세상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단어를 가져다 써도 부족할 정도로 선물 같은 작품입니다. 정말 제게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바야흐로 정준원의 시대가 왔다. 자신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구도원’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정준원은 그동안 쌓아 올린 필모그래피에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라는 인생작을 추가하며 데뷔 10년 만에 활짝 날아올랐다.
tvN 금토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에서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4년 차 레지던트 구도원은 교수들에겐 ‘구반장’ 아래 연차에겐 ‘구神’이자 ‘산부인과의 구릉도원’이라 불릴 정도로 탁월한 실력에 따뜻한 인성, 부드러운 카리스마까지 모두 갖춘 인물이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구도원이 된 정준원은 “너무 귀한 경험이었다. 아직도 의문인 게 왜 절 썼는지 모르겠지만 감사하다”고 웃었다.
“실제 구도원 같은 사람이 있을까요? 구도원이 비현실적으로 좋은 사람이어서, 연기하면서 현실에서 그런 사람을 쉽게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어요. 연기하면서 ‘저라면 안 그럴 거 같은데’싶은 부분도 많았고, 구도원의 사소한 배려들도 더 와 닿았어요. 그래서 더 대단하다고 느꼈죠. 연기를 위해 구도환을 집요하게 파면 팔수록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구도원은 판타지 같은 인물이구나. 연기하는 배우가 먼저 이해가 돼야 하는데, 과연 내가 구도원을 100% 이해하면서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죠. 나라면 그렇게까지 못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어떻게든 ‘그럴 수도 있겠다’하며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래도 함께 해준 교수님과 1년 차 친구들이 저를 구도원으로 봐주었기에,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1년차 친구들이 나를 구도원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말한 정준원은 종로 율제 병원 산부인과를 같이 다녔던 친구들에 대해 “애들이 착하더라”며 그동안 쌓아올린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처음에는 감독님께서 저희끼리 친해지도록 반강제로 엄청 자주 모였어요. 같이 MT도 다녀오고, 밥도 먹으면서 호칭도 정리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가 아이들 사이에서 나이가 많잖아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만만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도 컸는데, 다행히 모두 격없이 다가와 줘서 고마웠어요.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반말을 하더라고요, 하하. 제가 기본적으로권위나 카리스마가 없는 사람이어서 크게 노력을 안 했는데도 잘 따라와주더라고요. 애들이 참 착했어요. (웃음)”
정준원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의 최대 발견이었다. 오디션을 통해 구도원 역으로 낙점된 정준원은 “사실은 신원호 감독님이 연출하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에 오디션을 봤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에 캐스팅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 사이사이 신원호 감독님께서 제 작품을 보신 건지 모르겠는데, 미팅하자고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3~4번에 걸쳐서 오디션을 봤고 가볍게 리딩을 했죠. 아마 감독님께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왜 저를 구도원 역으로 캐스팅을 했는지 물어보지 않아서 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대화 속에서 저와 구도원의 교집합을 보시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아마 제 생각에는 제 안에 있는 편안함을 보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람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 편안해 보였던 거 같고, 그런 모습이 편안하면서 듬직한 4년 차 선배로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어요. 사실 세 번째 미팅부터 ‘이렇게 불렀으면 캐스팅 됐을 때가 됐는데’ 싶었지만, 너무 멋있는 인물인 데다, 이런 인물을 맡아본 적도 없었고, 과연 중요하고 멋지고 큰 역할을 저에게 주실까 싶기도 했어요.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저를 선택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 드라마다. 배우라면 모두가 원하는 신원호 사단에 합류한 소감에 대해 정준원은 “어제보다 오늘 더 좋아졌다”고 활짝 웃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특별 출연 제안이 들어온다면요? 당연히 하고 싶어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시즌2가 만들어 질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제작된다면 너무 하고 싶어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전보다 더 좋아질 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만큼 이 또한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을 알고 있고 덤덤하게 말한 정준원. “현재로서 다음 작품에서 또 다시 연기하고 싶은 거 외에는 다른 특별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전한 정준원은 “다만 관심을 가져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이들이 있으니 이번에는 좀 즐기려고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저는 보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기에 연기를 할 때 머리로 계산하기보다는 최대한 흘러가는 대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구도원과 오이영의 러브라인의 경우도, (고)윤정이가 이영이로서 훌륭하게 잘 주었고, 덕분에 저는 리액션만 해도 구도원이 될 수 있었죠. 기술적으로 무언가 더 하려고 하지 않았고, 최대한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진심을 다한다면 기술로서 전할 수 없는 디테일이 살아날 거라고 믿었거든요.”
2015년 영화 ‘조류인간’으로 연기를 시작한 정준원은 어느덧 10년을 넘어선 11년차 배우가 됐다. 이제 막 시작한 ‘1년차’ 신인 정준원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이 쌓인 지금, 전보다 좀 더 슬기로워진 것 같냐는 질문에 정준원은 “슬기로워질 수 있는 상황은 바로 지금”이라고 답했다.
“10년 전의 제 모습을 생각해 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사실 이 직업이 무슨 루트가 정해진 것이 아니잖아요. 그때의 저를 생각해 보면 그냥 근거 없는 자신감이 차 있었던 거 같아요. 어쩌면 제 인생에서 가장 무모했으며, 대학에서 최고참으로 있었던 만큼 꼰대이기도 했고, 되는 건 없어도 크게 걱정은 안 했던 거 같아요. 그때는 그냥 독립영화에도 마냥 설레기도 했고, 때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음에서 오는 불안함도 있었죠. 모든 시간 좋았다고 할 수 없지만, 저는 제가 지나온 시간들 부정하고 싶지 않고, 나름의 자부심도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요. 지나온 모든 것들이 쌓여서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덕분에 이 작품까지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저는 슬기로워지는 중입니다.”
배우로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온 정준원은 앞으로도 꾸준히 자신만의 연기를 펼쳐갈 계획이다. 지나온 10년을 지나 앞으로 다가올 10뒤 미래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내는 질문에 정준원은 “똑같은 거 같다”고 웃었다. 그렇다면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어떤 형태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고 답한 정준원은 “특별하게 대단한 꿈이 있다기 보다는, 편안하고 친근한 배우로 있었으면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저는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바라는 것이 딱 하나 있어요. 신에 꼭 필요한 사람, 필요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구처럼 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저 필요한 사람이, 업계에서 쓰임새가 있는 배우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제가 연기한 작품을 보시는 이들이 위로와 공감을 받을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거 같아요. 저는 그런 존재가 됐으면 해요. 위로를 주는 작품에 내가 조금이라도 지분이 있었으면 좋겠고, 무던하고 잘 연기하면서 꾸준히 오랫동안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밖에는 없어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정준원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에 대해 정준원은 ”기적 같은 캐릭터,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올해 제가 배우가 된 지 10년 되는 해에요. 많은 작품을 하지 않았지만, 이 작품을 계기로 시작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제부터 진짜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고, 저에게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정말 세상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단어를 가져다 써도 부족할 정도로 선물 같은 작품이에요. 제가 기적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로서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펼쳐지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거 말고는 더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연기한 인물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배우 인생에 있을까 말까한 일인데, 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잖아요. 어떤 작품을 해도 제게 있어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절대 지워지지는 않을 거 같아요.“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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