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원자력 발전을 금기시하던 유럽의 친환경 국가들이 탈원전 정책에서 급속히 선회하고 있다. 그 선봉에는 덴마크와 스웨덴이 있다. 이들 국가는 풍력·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진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원인 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는 유럽이 '녹색 이상주의'에서 '에너지 현실주의'로 정책 기조를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덴마크는 1985년 법으로 원전을 금지한 나라지만, 최근 라르스 오고르 에너지 장관이 소형모듈형 원자로(SMR)의 이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사회민주당과 보수당 등 주요 정당들 역시 원전 금지 해제에 찬성했다. 40년간 지속된 탈원전 기조가 해체에 들어간 것이다. 스웨덴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52조원에 이르는 신규 원전 4기의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1980년 국민투표로 단계적 탈원전을 선언했던 나라가 이제는 원전을 핵심 에너지원으로 되돌린 것이다. 이 같은 정책 전환은 우연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보급 확대로 전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해서는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어렵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끊기자 유럽은 전력난으로 전기요금 폭등을 겪었다. 원전 회귀는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원전 생태계에 흠집이 났던 일이 반복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에 '원전'이 빠진 것이다. 그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래서는 그가 약속한 'AI 3강'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AI 인프라에는 24시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저 전원, 즉 원전이 필수다. 이념이 아닌 과학과 현실을 기반으로 에너지 정책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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