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통해 한국에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레 겁먹고 저자세 협상에 나설 필요는 없다. 한미동맹의 역할과 세계 최고 수준 주한미군 기지의 가치를 적극 설득해 주한미군 규모에 급격한 변화가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6·3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미동맹을 강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지속적으로 보낼 필요가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국방 관료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개발 중인 선택지는 약 4500명의 (주한미군) 병력을 철수해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가 파장을 일으키자 미 국방부는 23일 주한미군을 통해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에는 소동으로 끝나더라도 주한미군 감축설은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주한미군 철수를 여러 차례 언급했으며 국방부와 백악관 참모들의 만류로 포기한 바 있다.
현재 2만8500명인 주한미군 규모는 미국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병력 재배치를 위한 감축은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도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다. WSJ 보도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이용할 경우엔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과 한국 중에 어느 쪽을 존중해야 할지는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불과 며칠 전에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의 역할은 북한을 격퇴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며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역할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추후 협의가 필요하지만, 주한미군을 줄이면 미국이 오히려 더 아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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