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10.01 18:24:42
카드대출 연체액 4년새 84%↑ 신용불량에 추가대출 악순환
# 지난해 30년간 근무했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장인국 씨(57)는 최근 카드사를 통해 카드론으로 수백만 원을 대출받았다. 퇴직 후 개인 생활비는 아껴왔지만 최근 가족 병원비가 크게 발생하며 급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불황형 대출 상품인 카드론은 10%대 고금리로 인해 상환 부담이 큰 편이다. 기보유 대출 상환 부담에 카드빚이 더해져 그는 외식을 줄였고 술자리도 피하고 있다. 장씨는 “퇴직 후 상대적으로 급전을 마련하기 쉬운 카드사를 찾는 지인이 적지 않다”며 “연체를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노후 자금이 부족해지자 카드빚에 의존하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 카드값을 내지 못해 연체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아 고령층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신용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카드)별 카드론·현금서비스 대출 현황을 매일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의 카드대출 합산 잔액은 올해 상반기 21조6964억원에 달했다.
카드대출 잔액은 2021년 15조4822억원, 2022년 17조253억원, 2023년 17조8384억원, 2024년 20조1874억원 등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다.
문제는 잔액뿐 아니라 연체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니어 고객의 카드대출 연체액은 2021년 2636억원에서 올 2분기 4858억원으로 84% 늘었다. 연체율도 4년 전 1.7%에서 지난 2분기 2.24%로 올랐다.
카드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신용유의자)로 전락하는 시니어도 늘고 있다. 카드대출은 1금융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금리다. 신용불량자가 되면 카드 사용 정지 등 금융 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아 더 고금리인 대출에 손을 내미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업계의 올해 8월 말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1%를 기록했다. 기존 카드론을 못 갚아 다시 대출받는 대환대출도 한 달 새 약 1000억원 늘었다.
노후 자금 부족으로 카드대출에 시니어가 몰리는 구조를 방치하면 결국 사회 전체의 복지비용이 커진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 따라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시니어 맞춤형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의원은 “고령층이 불가피하게 카드빚에 의존하지 않도록 은퇴 세대 생활안정대책과 서민금융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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