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오는 9월부터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까지 올린다고 15일 공표하며 시중은행에서 제2금융권으로 뭉칫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촉발될지 주목된다.
표면적으로는 금리 인하기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상호금융으로 자금이 몰릴 공산이 있다. 이날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 예금 기본금리는 평균 2.4%를 기록했다. 반면 저축은행 79곳의 1년 만기 정기 예금 금리는 평균 2.96%로 상대적으로 높다.
당초 예금보험공사는 보호 한도를 높이면 저축은행 예금이 16~25% 불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한국금융학회에선 최대 4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 2월 말 기준 저축은행 수신잔액(약 100조원)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16조~40조원이다. 다만 최근 들어 저축은행 예금잔액이 감소하는 등의 추세를 고려하면 실제 자금 이동 규모는 추정치보다 작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안정적인 저축은행 위주로 급격한 자금 이동이 일어나면 '쏠림 현상'이 촉발돼 중소 저축은행의 유동성·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과 자금 상황을 감시하는 '상시점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는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하고, 제2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등 건전성 관리의 고삐를 조이기로 했다.
하지만 머니무브 전망을 바라보는 제2금융권 표정은 복잡하다. 가뜩이나 부동산 PF 대출 부실과 연체율이 심해졌는데 고금리 특판 등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면 자산 건전성이 더 악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재무구조가 안 좋은 중소형 금융사에 비상이 걸렸다. 예보에 내야 하는 예보료가 늘어난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예보료율은 0.4%로 증권·보험사(0.15%), 시중은행(0.08%)과 비교해 현저히 높다. 보호 대상이 되는 예금이 늘면 예보료율도 따라 올라가며 재무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한도 확대 이후 예보료율을 얼마나 올릴지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한 뒤 2028년부터 달라진 예보료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고객군이 달라 실제 이동하는 고객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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