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강타한 '7월 일본 대지진설' 알고 보면 만화에서 시작 '제주보다 日 여행이 싸다' 역시 팩트체크해보면 사실과 달라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손실 한국에서만 연간 30조 넘어 경제 망치는 괴담에 휘둘려서야
괴담과 팩트가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길까.
팩트가 이길 것 같은데 아니다. 의외로 승자는 괴담이다. 괴담은 공포를 먹고 자란다. 자가증식한 뒤 이성을 마비시킨다. 전염력도 강하다. 순식간에 여러 사람들에게 번진다. 결국 이성에 기반을 둔 팩트를 집어삼킨다.
괴담은 두 종류다. 팩트에 근거를 둔 양성이 있고, 스스로 자가증식하는 악성이 있다. 양성은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문제는 악성이다. 근거조차 없으니, 증폭력도 폭발적이다.
요즘 악성이 심각한 전이를 일으키고 있는 곳이 여행가다. 물론 여행가 괴담 출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행가를 초토화시켰던 2015년 메르스 괴담, 2022년 코로나 괴담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건, 이 괴담들이 바이러스 발발이라는, '팩트'에 기반을 둔 양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괴담들은 고약하다. 악성 중에 악성이다. 근거나 뿌리가 없다. 괴담 스스로 자가증식까지 하며 세를 불린다.
최근 아시아권을 강타한 악성괴담이 '7월 일본 대지진설'이다. 바닷길로 500㎞ 떨어진 일본 땅이 불과 1개월여 뒤면 침몰한다니.
이 괴담의 시작은 더 기가 막힌다. 출처가 만화다. 2021년판 일본의 인기 만화 '내가 본 미래 완전판'에 '진정한 대재난이 2025년 7월에 온다'는 언급이 나온다. 작가 개인의 꿈에 기반한, 정말이지 만화 같은 예언이다.
말도 안 되는 이 괴담, 전이 속도가 살벌하다. 우선 중국. 최근 대사관이 갑작스럽게 공지를 내걸었다. '일본 여행과 유학 계획, 부동산 구매에 신중하라'는 내용이다. 이게 홍콩으로 번졌다. 무속과 풍수를 신봉하는 홍콩인들이 일본 여행을 무더기 취소하면서 실제로 홍콩 그레이터베이항공이 센다이, 도쿠시마 항공편을 감편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국내 괴담론자들도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교원투어 통계에 따르면 이달 일본 여행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45% 줄었다. 반토막 난 통계를 '대지진 공포'와 억지로 연결시킨다. 이 과정에서 환율과 물가, 항공권 가격, 경쟁 여행지의 부상 등 이성적인 팩트들은 묻힌다.
이미 국내에는 고약한 괴담이 제주도를 전염시킨 바 있다. '제주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속설이다.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서 실제 경비를 비교했더니 일본이 제주도보다 2.2배 높았다. 평균 지출액 비교 결과 3박4일 기준 제주도는 52만8000원, 일본은 113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괴담을 팩트로 여겼던 이들은 10명 중 8명이다. 근거도 없는 악성 괴담에 애꿎은 제주만 피해를 본 꼴이다.
그렇다면 주목. 당신이 이 괴담들을 믿고 여행을 접었다 치자. 팩트가 아닌, 괴담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어느 수준일까.
시일이 좀 지났지만,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가짜뉴스의 경제적 비용 추정' 리포트다. 놀랍게도 괴담류의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30조900억원에 달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1% 수준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그나마 살아나려고 하는 여행업계의 분위기를, 이 괴담들이 축내고 있는 셈이다.
대지진 괴담 나비효과에 화들짝 놀란 일본 저자 다쓰키 료는 결국 "만화는 만화일 뿐"이라며 괴담 신봉 자제를 요청했고, 출판사 역시 "불안 조장의 의도는 없다. 재해 등 실제 상황에 대해서는 전문가 조언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해명에 나섰다.
어떤가. 제주는 바가지가 불편하고, 일본은 대지진이 겁나시다고. 미국과 필리핀으로 돌아가려니 총기사고가 두려우시다고. 안 된다. 괴담에 휘둘리시면, 평생 어디 못 다니신다. 특히 악성은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도 모자라, 나라 경제까지 흔들어 놓는다. 괴담은 괴담일 뿐이다. 그러니 그냥 떠나시라. 괴담이 당신의 공포를 먹고, 더 몸집을 키우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