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벌여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는 최종판결을 10일(현지시간) 내놨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향후 10년 동안 배터리 셀, 모듈, 팩, 관련 부품, 소재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포드와 폭스바겐에 공급할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중간부품은 각각 4년과 2년 동안 수입할 수 있다. 또 기아의 전기차용 배터리 수리·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도 허용된다. 이 조치는 즉시 시행된다.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제소로 시작돼 2년 넘게 지속된 분쟁의 결론이 났지만, 양측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TC 결정은 SK이노베이션이 그 동안 LG에너지솔루션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실질적 판단이 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며, 아직 남아 있는 절차를 통해 해당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는 아유는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였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이 소송 전후로 광범위하게 증거를 훼손했고 증거개시(Discovery) 프로그램에 따른 재판부의 포렌식 명령을 위반했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을 미 ITC가 받아들여 작년 2월 조기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SK이노베이션 측의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ITC가 조기패소 판결에 대해 전면재검토를 결정했지만, 이번 최종 판결에서는 조기패소 판결이 유지됐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ITC가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전면재검토 결정을 내린 이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쟁점 사안들에 대한 소명을 했음에도 절차상의 문제점을 근거로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실체 판단의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정보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조직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이뤄졌고 법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몇 가지 예시만 봐도 LG화학의 영업비밀을 사용했을 연관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란 내용을 담고 있다고 LG에너지솔루션은 전했다.
최종 판결이 나온 뒤 합의를 위한 협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양측의 샅바싸움은 여전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 측이 이제라도 계속적으로 소송 상황을 왜곡해온 행위를 멈추고 이번 ITC 최종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하루 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소송을 계속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경쟁사에게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최종판결) 이후의 절차를 통해 이번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한편 ITC의 판결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등 정해진 절차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진실을 가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임수길 SK이노베이션 밸류크리에이션센터장은 “합리적인 조건 하에서라면 SK이노베이션은 언제든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소송을 조기에 종료하고 산업 생태계 발전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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