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조 AI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참여 양사, 고부가메모리 HBM 공급 삼성, 데이터센터 설계·구축… 오픈AI와 협력범위 확대 논의 GDDR·SSD도 추후 공급 기대 SK, 세계 1위 점유율·기술력 고성능 D램 안정적 생산 가능 신설공장 잇따라 준공 계획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열린 '글로벌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의향서(LOI) 체결식'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서울 SK서린빌딩에서 올트먼 CEO와 메모리 공급 의향서와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삼성전자·SK그룹
세계 메모리 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국내 메모리 업체들에 향후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AI가 요청한 월간 웨이퍼 기준 최대 90만장 규모의 D램에서 상당 부분이 고부가가치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HBM은 초거대 AI 모델의 학습·추론 과정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핵심 부품으로, 고성능 D램 가운데서도 가장 첨단 기술이 요구된다. 오픈AI가 추진하는 초대형 글로벌 AI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떠받칠 핵심 부품을 K반도체가 담당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월 90만장은 SK하이닉스의 분기 HBM 매출 전부에 해당하는 큰 규모일 것"이라면서 "다만 이를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주문할지에 따라 실제 매출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월간 HBM 생산 능력은 웨이퍼 기준 16만장 정도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매출은 22조원으로, 이 중 약 절반인 10조원 정도가 HBM에 따른 매출인 것으로 예상된다. 월 90만장을 모두 HBM으로 생산한다면 월 10조원씩 매출이 나온다는 것이다. 다만 SK하이닉스가 현재 생산하는 HBM3E가 높은 마진으로 수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매출은 낮아질 수 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모두 이 정도 규모의 HBM을 생산하려면 D램 생산량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이는 범용 D램 가격 상승을 이끌어 현재 메모리 상승세를 지속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오픈AI가 글로벌 기술·투자 기업과 함께 슈퍼컴퓨터와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HBM뿐 아니라 그래픽 전용 D램(GDDR), 고용량 고속저장장치(SSD), 메모리 내 연산 기능 적용 저전력 D램(LPDDR5X-PIM) 등 다양한 AI 전용 메모리 제품군을 오픈AI에 추후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맞춤형 HBM과 256TB급 차세대 SSD는 오픈AI가 운영할 초대형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패키징과 파운드리까지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역량을 갖춘 만큼 오픈AI와의 협력 범위를 더욱 넓혀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협약식에는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등이 참석해 오픈AI 측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무게감을 더했다. 데이터센터 협력에서 특히 삼성은 그룹 차원의 전방위 참여를 선언했다. 삼성SDS는 오픈AI와 공동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설계·구축·운영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한다. 이는 해상에 둥둥 떠 있는 데이터센터를 말한다. 해수 냉각을 활용해 전력 비용과 탄소 배출을 줄이고 공간 제약을 극복하는 친환경 모델이다. 조선·건설 기술을 가진 삼성이 참여하면서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기술력과 공급 능력을 앞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고려할 때 오픈AI가 제시한 웨이퍼 월 90만장 규모의 고성능 D램 수요 가운데 상당 부분의 공급을 SK하이닉스가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공장이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2027년 5월 완공될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오픈AI의 수요에 맞춰 공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미세 공정 전환과 수율 향상 등 생산성 개선 노력이 더해지면서 오픈AI가 요구하는 대규모 물량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월간 HBM 생산 능력이 웨이퍼 기준 약 16만장으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추가 생산 능력 확대에도 회사는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글로벌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SK가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게 됐다"면서 "메모리반도체부터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SK의 통합 AI 인프라 역량을 이번 파트너십에 집중해 글로벌 AI 인프라 혁신과 대한민국의 국가 AI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