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9 21:07:22
스페인 ‘국가비상사태’ 선포 포르투갈 ·프랑스남부도 피해 신호등 꺼지며 도로교통 마비 지하철 멈춰 시민들 터널 탈출 공항선 예비전력 시스템 가동
스페인과 프르투갈에서 28일(현지시간) 정오쯤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해 교통과 통신 인프라가 마비됐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정전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대부분 지역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등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다. 스페인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 남부 일부 지역도 정전으로 영향을 받았으나 전력이 빠르게 복구됐다.
29일 오전 스페인 본토 전력은 92%가량 복구됐다고 스페인 전력망 운영업체 레드 일렉트리카(REE)는 밝혔다. 포르투갈 국영 전력망 운영업체도 포르투갈의 650만 가구 중 약 620만 가구에서 밤새 전력이 복구됐다고 전했다.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동안 피해를 본 지역에의 열차와 항공기 운행은 전면 중단됐다.
스페인 국영 철도회사 렌페(Renfe)는 28일 낮 12시 30분쯤 “국가 전역의 전력망이 차단됐으며, 모든 역에서 열차가 멈춰 출발이 중단됐다“고 공지했다. 일부에선 고속열차 운행이 중단돼 시민들이 철로 위로 쏟아져 나왔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돼 수백 명이 어두운 터널을 휴대폰 손전등에 의지해 겨우 탈출했다.
스페인공항공사(AENA)는 전국 공항이 예비 전력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며, 일부 항공편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유럽 항공교통기관인 유로컨트롤은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포르투갈 리스본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마드리드에서는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교통이 마비돼 일부 중요 건물 주변에 경찰이 대거 배치돼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해야 했다.
전화와 인터넷 연결도 모두 끊겨 현금인출기(ATM)와 결제 시스템도 마비돼 시민들은 큰 불편을 호소했다. 식당과 카페 등은 문을 닫았고, 일부 병원도 업무를 중단했다.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운행을 멈춰 사람들이 갇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기가 진행 중이던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대회도 중단됐다. 스페인 에너지 회사 모에베는 정유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내무부는 정전 사태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국에 3만 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포르투갈도 리스본과 그 주변 지역, 북부와 남부 지역이 정전 피해를 봤다. 리스본 지하철 여러 대에서 시민들이 긴급 대피했고, 리스본 공항에서는 터미널이 폐쇄돼 수많은 관광객이 외부에서 비행기 운항 소식을 기다리며 대기했다.
병원을 비롯한 긴급 서비스는 자체 발전기를 통해 가동 중이다. ATM과 전자 결제 시스템도 영향을 받았다. 일부 주유소는 영업을 중단했다.
포르투갈 국가 전력망 운영사 REN은 스페인에서 4800만 명, 포르투갈에서 1050만 명 등이 정전으로 피해를 보았다고 추산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는 유례가 없는 정전사태의 원인 규명에 나섰다.
산체스 총리는 성명에서 “아직 정전의 원인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라며 “정전 원인에 대해 추측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REE도 정전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포르투갈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정전이 분배망 문제로 보이며, 스페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가기간 통신사 루사에 전했다.
포르투갈 전력 공급업체(E-Redes)도 정전이 ‘유럽 전력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했다고 현지 매체에 설명했다.
정전이 사이버 공격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 총리를 지낸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엑스에 “현재까지 사이버 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기후 변화에 따른 ‘유도 대기 진동’이 대규모 정전 사태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REN은 “스페인 내륙의 극심한 온도 변동으로 인해 초고압 전력선(400KV)에서 이상 진동이 발생했다“라며 ”이는 ‘유도 대기 진동’으로 알려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유도 대기 진동은 이상기후로 극심한 온도 변화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대기 진동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