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1.26 10:37:31
2018년 코리아당구왕 왕중왕 출신, 올시즌 2차전(하나카드배) 우승, 고3때 수능시험 치르고 당구와 인연
LPBA 8차전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올 시즌 LPBA 화두는 단연 ‘김가영’이다. 지난 3차전부터 7차전까지 무려 5개투어를 연속 석권, 시즌 전체를 자신의 판으로 만들고 있다. 이렇다보니 올 시즌 LPBA는 현재까지 7개 대회를 치렀지만 우승자는 단 세 명이다. ‘5관왕’ 김가영, 개막전 우승 김세연, 그리고 2차전 우승 김상아다.
김상아(37)는 육아와 선수생활을 병행하는 ‘워킹맘’이자 코리아당구왕 출신 프로선수다. 수능시험을 보고 놀거리를 찾던 중 당구를 처음 접했고, 당구 매력에 빠져 대학생 땐 남자 동기들과 함께 당구장을 드나들며 동호인으로 활동했다.
이후 대학 졸업할 즈음 일찍 가정을 꾸렸고, 동시에 육아까지 하느라 5년 동안 당구를 멈췄다. 하지만 다시 큐를 잡은 지 2년만인 지난 2018년 ‘코리아당구왕’ 왕중왕에 올랐다.
2019년 프로당구 출범과 함께 선수생활을 시작한 김상아는 이후 5시즌 31개투어 동안 최고성적이 8강 한 번에 그치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마침내 결승을 밟았고, 올시즌 두 번째 오른 결승 무대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초중학생 아들 둘을 둔 김상아는 워킹맘으로 힘에 부칠 때도 많지만, 가족의 존재가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우승 후 처음 당구레슨까지 받으며 더욱 치열하게 워킹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김상아를 서울 서초구 김치빌리아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동영상으로도 제작, 조만간 유튜브(MK빌리어드뉴스)에 업로드될 예정이다.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2019년 LPBA 출범 때부터 6시즌 째 활동하고 있는 당구선수 김상아다. 1988년생이고, 당구수지는 30점이다.
▲동호인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당구에 어떻게 입문하게 됐는지.
=고3 때 수능시험을 보고 놀거리를 찾던 중, 친구들과 함께 포켓볼을 치러 당구장에 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당구가 재밌었고, 이후 포켓볼 말고 4구, 3쿠션을 치러 종종 당구장을 다니다 동호회까지 가입했다. 그 동호회가 ‘성남연합동호회’로, 지금 (임)정숙 언니, 남편과 연이 시작된 곳이다. (김상아는 임정숙과 절친이다) 이후 대학 진학 후에도 꾸준히 당구를 쳤다. 동호회 활동도 했고, 학교에선 동기 남학생들과 함께 자주 당구 치러 다녔다.
▲그 무렵 당구선수할 생각은 없었나.
=그럴 여력이 없었다. 일단 결혼을 좀 빨리 했다. 대학졸업하던 2011년 결혼했고, 곧바로 아이까지 생겨 오히려 동호인 활동까지 접었다. 그러다 5년 후 둘째가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 다시 큐를 잡고 동호인 활동도 재개했다. 다만 이전에 당구 칠 때와 달리, 당시 대세가 중대에서 대대로 넘어가던 시기여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감각부터 다시 찾아야 하기 때문에 선수데뷔는 꿈도 못 꿨다.
▲복귀 2년 만에 전국 동호인 정상에 올랐다. 당구를 오래 쉰 것 치고는 빠르게 성과를 냈다. (김상아는 2018년 코리아당구왕(여자3쿠션) 1차대회 우승에 이어 왕중왕전에서도 윤경남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복귀 후 그 동안 못 쳤던 당구를 정말 많이 쳤다. 동호인 활동을 하며 전국대회도 많이 다녔고, 입상도 가끔 했다. 집에 전국대회 메달이 꽤 있다. 그렇게 열심히 당구를 치고 다니다 보니 금방 감각을 회복했다.
▲코리아당구왕 우승 후 이듬해에 곧바로 LPBA에 데뷔했다.
=아무래도 시기적으로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코리아당구왕에서 우승하면서 자신감도 생겼고, 아이들도 이제 어느 정도 컸기 때문에 나도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때마침 프로당구 출범 소식이 들려왔고, 트라이아웃을 통과, 프로에 데뷔했다.
▲프로데뷔 후 6시즌 째인 올 시즌에 우승컵을 들었다. 그간 과정을 생각하면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김상아는 올 시즌 2차전 결승서 김다희를 4:1로 꺾고 우승했다)
=정말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아직 실력이 모자란 걸 스스로 알고 있었고, 꾸준히 상위권, 우승권에 오르는 선수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실감이 안났다. 우승은커녕 결승 무대 한 번 밟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우승 당일에도 얼떨떨했는데 다음날 연락이 쏟아져 오는 걸 보고 우승이 실감났다..
▲우승한 뒤 남편과 아이들 반응은 어땠나.
=너무 좋아했고, 축하해 줬다. 아이들은 이제 15, 13살로 아직 어리다. 그래서 그 동안 시합에 나갈 때면 엄마 보고싶은 마음에 빨리 떨어지고 집에 오라고 했다. 하하. 그런데 우승하고 엄마가 TV에 나오고, 기사도 나오고 하니 정말 좋아하고, 응원도 많이 해준다. 이번에도 엄마가 서울로 인터뷰하러 간다고 하니 굉장히 좋아하더라. 남편은 항상 나를 묵묵히 응원해 준다. 그 동안 별다른 성적을 못 냈는데도 든든하게 응원해줘 언제나 고마운 마음이다.
▲프로 데뷔 후 오랜 시간 동안 우승이 없어 답답한 마음도 컸을 것 같은데.
=지난 시즌 5차전서 준우승하기 전까지는 최고 성적이 8강 한 번이었다. 그 정도로 성적을 못냈다. 동호인 활동할 때는 꾸준히 입상권에 있었는데, 프로 무대에 와보니 잘 치는 선수가 많았다. 그 동안 ‘내가 여기서 뭔가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하며 주눅들어 있었다. 특히 나는 당구에 올인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가정생활도 병행해야 해서 더욱 막막했다. 그래도 당구가 아직 너무 좋고, 가족을 비롯해 주변에서 응원해 주는 분들이 많아 큰 힘이 됐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간 내게도 기회가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텼다.
▲특히 힘들었던 시기는.
=지난 시즌 개막전(블루원배) 때 굉장히 힘들었다. 그 전 시즌을 마치고 훈련량을 늘리며 비시즌 동안 나름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시즌 들어서자마자 개막전부터 정말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김상아는 당시 1차예선부터 출전해 1회전을 통과했으나 2차예선서 탈락했다. 당시 김상아의 2경기 평균 애버리지는 0.364였다) 당시 개막전이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렸는데, 너무 속상해 숙소에서 엄청 울었다. 그 동안 준비했던게 모두 물거품 돼버린 기분에 속상했고, 스스로 화도 났다. 그래도 (임)정숙 언니가 ‘이것도 경험이지 않느냐’며 위로를 많이 해줘 다시 힘을 냈다. 그렇게 얼마 후 5차전에서 처음 결승에 올랐다.
▲처음 결승에 올랐던 그 경험이 첫 우승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하는지. (김상아는 23/24시즌 5차전서 사카이 강지은 백민주 등 강호를 연파하며 결승에 올랐으나 결승서 김가영에 1:4로 패했다)
=물론이다. 사실 당시 결승 무대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처음 오른 무대라 전반적인 환경이 너무 낮설어 긴장을 많이 했다. 특히 경기할 때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못한게 아쉽다. 밀리기 시작한 중반부터 ‘그래 여기까지 왔으면 됐지’ 이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 만족해버렸다. 그런데 경기 마치고 돌이켜 보니 나를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어 후회가 됐다.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그런 자세가 이후 큰 도움이 됐다.
▲팀리그 욕심도 나겠다.
=프로당구 선수로서 팀리그 욕심이 나는 건 당연하다. 물론 가정생활을 병행하며 팀리그 일정까지 소화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팀리그에서 뛰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사실은 지난 드래프트 때 조금 기대했는데, 역시 어린 친구를 많이 원하는 것 같더라. 하하. 이번에도 조금 기대 해보겠지만, 안뽑혀도 크게 상심하지 않으려 한다.
▲평소 관심을 갖는 구단은.
=크라운해태 팀이 아닐까. 단짝인 (임)정숙 언니 등 친분 있는 선수들이 그 팀에 꽤 있다. 팀리그는 부담감이 굉장하다고 들었는데, 크라운해태 팀원과 함께한다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2016년부터 분당 수내SBS캐롬클럽에서 연습해오고 있다. (임)정숙 언니도 여기에 함께 있다. 주중엔 대부분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하루는 레슨을 받는다. 그 동안 정식 레슨을 받아본 적 없고, 유튜브 등을 통해 독학해 왔다. 지난 2차전서 우승하고 나서, 우승자에 걸맞은 실력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에 레슨을 받고 있다. 원래는 동호인만 레슨 하던 분이라 처음엔 거절하셨지만, 사정사정해서 배우게 됐다. 다만 여기서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다. “그림자로 남고 싶다”고 하더라. PBA 1부투어 강호라는 점 정도만 말해두겠다.
▲친한 선수를 꼽자면.
=(임)정숙 언니, 김보름 선수와 가장 친하다. 또 김세연 강지은 이지은 선수와도 친분이 있다. 남자선수 분들은 친한 분이 별로 없는데, 박주선 선수와는 친분이 있다.
▲롤모델은.
=김가영 프로님. 최근 행보를 인상 깊게 지켜보고 있다. 나를 포함해 LPBA 모든 선수들이 많이 노력해야겠다고 느끼고 있다. 물론 정숙 언니도 빠질 수 없다. 내 ‘당구메이트’로서 정말 오랜 시간 함께하며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사용하는 당구용품은.
=프로 데뷔 때부터 김치빌리아드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큐, 팁 등 대부분 롱고니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큐는 ‘모레갈로’ 큐를 사용 중인데, 지난해 5월부터 쓰기 시작해 두 달만에 이 큐를 들고 우승했으니 내겐 의미가 크다.
▲김치빌리아드 선수들과 봉사활동도 자주 하던데.
=김치빌리아드 선수들은 김종율 대표님 권유로 지난 2017년부터 9년째 전국을 돌며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나를 비롯해 황형범 정역근 장성원 서한솔 등 많은 김치빌리아드 식구들이 뜻을 함께 한다. 당구선수로서 따뜻한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다. 더 시간을 내서 최대한 많은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다.
▲새해 목표는.
=애버리지를 1.0에 가깝게 올리는 것과 입상권에 꾸준히 드는 것이다. 조금 욕심을 내자면 시즌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항상 많은 응원을 해주는 가족들, 그리고 언제나 내 마음을 다잡아주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구장 식구들, 정숙 언니를 비롯한 주변 동료선수들께 감사하다. 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는 김치빌리아드 김종율 대표님, HR그룹 대표님께도 감사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를 응원해 주시는 팬들께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성적이 좋지 못할 때가 많은데도 꾸준히 응원해 주신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 드릴테니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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