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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새벽 만든 공습 사이렌…종교전쟁 코 앞으로 다가온 중동

네타냐후 “계속 공격할것” ‘일어서는 사자’ 작전 개시…핵 개발 과학자까지 제거 트럼프 “공습계획 인지” 적극적인 개입 미루는 美…“외교적 해결” 입장만 고수 이란 “가혹한 응징” 의생자에 “그들은 순교자”…중동 사실상 ‘종교 전쟁’

  • 김제관
  • 기사입력:2025.06.13 19:27:54
  • 최종수정:2025.06.13 19: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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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계속 공격할것”
‘일어서는 사자’ 작전 개시…핵 개발 과학자까지 제거

트럼프 “공습계획 인지”
적극적인 개입 미루는 美…“외교적 해결” 입장만 고수

이란 “가혹한 응징”
의생자에 “그들은 순교자”…중동 사실상 ‘종교 전쟁’

이스라엘이 칠흑같은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13일 새벽(현지시간) 이란 주요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기습적으로 정밀 타격하는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

2025년 6월 13일 금요일,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을 공격한 후 주거 단지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해 한 건물에 손상이 발생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 = AP 연합뉴스]
2025년 6월 13일 금요일,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을 공격한 후 주거 단지에서 발생한 폭발로 인해 한 건물에 손상이 발생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 = AP 연합뉴스]

사자는 고대부터 유대인의 상징으로,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의 용맹함을 사자에 빗대어 표현해왔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주요 군 지휘관과 과학자들의 죽음을 ‘순교’로 표현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잘못하면 대규모 성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예상된 시점을 벗어난 전광석화 같은 대규모 작전이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이란 공습 계획을 세우고 폭격 훈련을 반복해왔으며, 지난달에는 미국에 공습 의도를 전달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15일 미국·이란 간 6차 핵 협상을 앞두고 전격 결정됐다.

당초 6차 핵 협상 결과를 보고 이스라엘이 공습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스라엘이 기습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는 평가다.

이스라엘 공습 목표에는 이란 중부 나탄즈의 핵물질 농축시설과 핵무기를 개발 중인 주요 핵과학자들, 군 지휘관들과 미사일 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밝혔다.

이란 언론에 따르면 이날 공습으로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등 군부 ‘투 톱’은 물론 최소 4명의 군 고위 당국자가 숨졌다. 페레이둔 아바시 다바니 등 핵과학자들도 최소 6명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설명

이에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해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성명에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은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손을 뻗어 사랑하는 우리 조국의 주거 지역을 공격했다”며 “가혹한 응징을 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IRGC는 “시온주의자 적의 침략에 단호하고 가혹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란으로선 이스라엘이 핵시설까지 공격해 ‘레드라인’을 넘은 만큼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스라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이 방관 자세를 보이고 있어 사태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하자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스라엘은 이번 조처가 자위(自衛)를 위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우리에게 통보해왔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 입장을 유지한다”면서 “우리 행정부 전체가 이란과 협상하도록 지시해왔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이 전투형 드론 100대 이상을 출격시켰다고 이날 이스라엘군은 전했다.

다만 중동 ‘저항의 축’ 무장세력이 이미 상당 부분 무력화된 상황에서 시아파 이슬람 맹주 이란이 효과적으로 보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리 세력 중 상당수가 이미 무력화되다시피 한 상황이어서 이란의 보복에 효과적으로 가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지난해 이스라엘군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하는 등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오랜 소탕전으로 궤멸에 가까워진 상태다.

중동 ‘시아파 벨트’의 중요한 축이었던 시리아의 친이란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도 지난해 12월 반군에 의해 붕괴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해 주변 중동 국가들이 일제히 규탄에 나선 것은 지켜봐야 할 요소다. 중동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어서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형제국인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노골적인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를 규탄하고 비난한다”며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의) 주권과 안보를 침해하고 명백히 국제법과 국제규범을 위반한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 협상을 중재해온 오만은 왕명으로 설립된 관영 ‘오만통신사’의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오만은 이번 행동을 위험하고 무모한 긴장 고조 행위로 간주하며, 유엔 헌장과 국제법 원칙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으로 본다”고 정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엔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명의 성명에서 “사무총장은 중동에서의 어떠한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이든 규탄한다”며 “이란 핵 계획의 지위에 대해 이란과 미국이 대화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핵 시설물을 공격한 사실에 대해 특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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