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급격히 높아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이라크대사관에 부분 철수를 명령하고 중동지역 군 부양가족에 대해 자발적 출국을 승인했다. 핵협상이 불발되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것이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위협에 이란이 중동 내 모든 미군기지를 타격하겠다고 맞서면서 중동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대사관의 비필수인력 철수를 명령했다. 바레인과 쿠웨이트에 있는 대사관 내 비필수인력과 그 가족들의 자발적 철수도 승인했다. 미 국방부 역시 중동 전역에서 미군 가족의 자발적 출국을 승인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최근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며 미국인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인력 철수 결정은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이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우리에게 분쟁이 강요된다면 상대방의 피해는 우리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경고한 직후 나왔다. 나시르자데 장관은 "미국의 모든 역내 기지가 우리의 사정거리 내에 있다"며 "주저하지 않고 모든 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 CBS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도 미 관계자들에게 핵협상이 결렬되면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작전을 개시할 준비를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부터 오만의 중재로 다섯 차례 핵협상을 진행했지만 우라늄 농축 허용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오는 15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6차 협상이 예정돼 있지만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중동 위기가 고조되자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은 전날보다 4.88% 오른 배럴당 68.15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70달러를 넘었으나 4.34% 오른 69.77달러에 장을 마쳤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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