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위는 뉴욕·시카고 등 미국 내 대도시 10여 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이 열리는 오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맞불 시위'가 예고되면서 미국 전역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태다.
10일 캐런 배스 LA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LA 다운타운(LADT) 지구 내 주요 시위 지역 1제곱마일(약 2.6㎢)을 대상으로 이날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배스 시장은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지역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반달리즘(공공시설 등을 파괴·훼손하는 행위)과 약탈을 막기 위해 통행금지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배스 시장은 통행금지령이 며칠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추후 지속 여부를 다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짐 맥도널 LA경찰국장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이 명령을 위반하는 사람은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LA 시위가 닷새째로 들어서면서 경찰 명령에 불응하거나 불법 행위로 체포되는 사례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경찰은 시위 현장 일대에서 전날 114명을 체포한 데 이어 이날 197명을 추가로 잡아들였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은 도심 주요 고속도로인 '101 프리웨이'를 불법으로 점거한 67명이 체포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에 반대하는 시위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뉴욕과 시카고 등 다른 주요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AP와 CNN 등에 따르면 시위는 미국 대도시 10여 곳으로 번졌다.
전국적인 시위는 오는 14일 정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행사가 개최되는 날이다. NBC는 "트럼프는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미 전역에서 벌어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열병식이 열리는 과정에 시위자가 있으면 "엄중한 무력"(heavy force)에 직면할 것이라며 강경 진압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 병력이 시위대를 직접 진압할 수 있도록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할 것이냐고 묻자 "반란 행위가 있으면 분명히 발동할 것"이라며 "지켜보겠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육군기지인 포트 브래그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이번 시위를 "외국 깃발을 든 폭도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의 침공을 지속하기 위해 수행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한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LA 내 병력 투입을 막아달라며 이날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즉각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뉴섬 주지사는 10일 사실상의 대국민 연설에 나서 미국의 민주주의와 법치가 '위태한 순간'을 맞았다면서 미국인들이 트럼프에 맞서 일어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우리 눈앞에서 공격받고 있으며 우리가 두려워했던 순간이 도래했다"면서 "캘리포니아가 처음일 수 있지만 분명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음은 다른 주들이고, 다음은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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