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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 베이비 드릴’ 난감한 트럼프···美 원유 생산량, 코로나 이후 첫 감소 전망

트럼프 대통령 에너지 패권 정책 위기 관세 전쟁에 비용 급증하고 원유 가격은 하락

  • 한지연
  • 기사입력:2025.06.11 11:37:03
  • 최종수정:2025.06.11 11: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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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에너지 패권 정책 위기
관세 전쟁에 비용 급증하고 원유 가격은 하락

미국 텍사스의 석유 시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의 석유 시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외치며 화석연료 생산을 늘려 에너지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유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시추 활동 위축으로 내년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코로나19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이 10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현재 하루 1350만 배럴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내년 말엔 1330만 배럴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비용이 급증하고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다.

EIA는 월간 보고서에서 “작동 중인 시추 장비 수가 줄면서 2026년까지 미국 업체들이 시추하는 유정의 수도 줄어들 것”이라며 “가동 중인 시추 장비 수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유전 서비스 회사인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에서 운영 중인 석유 시추기 수는 442개로 불과 일주일만에 9개가 줄었다. 또 1년전과 비교하면 50개가 줄어들었다.

유가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미국 원유의 기준 가격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0일 배럴당 64.98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올해 고점 수치보다 17%하락한 수준이다. EIA는 “국제유가가 내년엔 배럴당 60달러 미만으로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불안정성이 원유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높은 수입 관세를 매긴 것이 석유 부문의 핵심 투입재 비용을 올려 시추업체들의 마진이 줄었다.

일부 분석기관들은 EIA 전망치보다 더욱 가파른 원유 생산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츠는 “2025년 중반부터 내년 말까지 총 생산량이 하루 64만 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OPEC 회원국의 총 생산량보다 더 큰 감소폭이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에서 ‘미국 석유 시추를 더욱 자유롭게 하고 석유 생산량을 늘려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고 약속한지 불과 몇 달만에 공식적으로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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