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LA ‘불법 이민’ 시위에 해병대 700명 투입…초강수 둔 트럼프, 반란법까지 만지작

연방·주정부 갈등 격화 美, 주방위군 2천명 더 투입 트럼프, 반란법 발동 촉각 뉴섬 주지사 軍배치 반발에 트럼프 “뉴섬 체포” 언급

  • 최승진
  • 기사입력:2025.06.10 11:03:00
  • 최종수정:2025-06-10 18:45:13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연방·주정부 갈등 격화

美, 주방위군 2천명 더 투입
트럼프, 반란법 발동 촉각

뉴섬 주지사 軍배치 반발에
트럼프 “뉴섬 체포” 언급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된 불법이민자 단속·추방 작전에 대한 반대 시위가 9일(현지시간)로 4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시위대가 진압요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된 불법이민자 단속·추방 작전에 대한 반대 시위가 9일(현지시간)로 4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시위대가 진압요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 작전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 해병대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시위와 관련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의 갈등이 격화된 이후 나온 조치다. 이에 따라 이날 LA 시위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9일(현지시간)로 시위 4일차로 접어든 LA 시위는 이날 오후까지는 대부분 큰 충돌없이 진행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하지만 오후 늦게부터 시위대와 진압요원들이 연방청사 앞에서 대치하면서 시위대는 물건을 던지고, 진압요원들은 고무탄 등을 발사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미 방송 CNN은 전했다.

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LA에 2000명의 추가 주방위군 병력을 투입하기로 했다. LA에 투입되는 주방위군 수가 2배로 늘어난 셈이다. NYT는 이같은 명령이 내려진 직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은 긴장 고조는 시위가 대부분 평화롭고 규모가 작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미 북부사령부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에서 “주말 동안 경계 상태에 있던 해병대 보병 대대를 활성화했다”며 “제1 해병사단 산하 제7 해병연대 제2 대대의 해병대원 약 700명은 LA 지역에서 연방 인력과 재산을 보호 중인 ‘태스크포스 51’ 아래 운용되는 타이틀 10 병력과 함께 원활하게 통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부사령부는 태스크포스 51을 미 육군의 북부 비상 지휘소로 소개했다. ‘타이틀 10’은 대통령이 주(州) 정부의 요청이 없더라도 주방위군이나 연방 병력을 주에 배치할 수 있는 권한이 명시된 연방 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부사령부는 테스크포스 51이 긴장 완화와 군중 통제, 무력사용 규칙 등에 대한 훈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美해병대 LA 출동 준비9일(현지시간) 미국 해병대원들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美해병대 LA 출동 준비9일(현지시간) 미국 해병대원들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투자 라운드테이블에서 해병대 투입 계획에 대해 “상황을 볼 것”이라며 확답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방위군 투입 명령이 LA의 상황악화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훌륭한 주방위군을 파견했고, 그들은 정말 도움이 됐다”며 “그곳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병력을 투입했고, 그들은 훌륭한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병대원들이 24시간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연방정부의 명령 하에 투입된 해병대와 주방위군 병력은 지원 역할만을 수행하고, 직접적인 이민자 단속이나 법집행에는 참여할 수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법이 발동되면 연방의 통제하에 있는 병력을 동원해 치안유지와 관련한 작전을 수행할 광범위한 권한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반란법 발동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란법 발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고 백악관 풀기자단은 전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시위대를 ‘반란세력’이라고 지칭했던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병대 투입 결정에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강도 높게 반발했다. 뉴섬 지사는 “그들(해병대)는 독재적 대통령의 광기어린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 땅에서 자신의 동포들과 맞서도록 투입돼서는 안된다. 이는 미국적이지 않다”고 자신의 X 계정에서 비판했다. 그는 또 다른 글에서 “트럼프의 권력 남용은 우리 공화국 기반에 대한 매우 현실적 위협”이라며 “미국에서 3권 분립이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섬 지사는 이어 다른 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2000명의 병력을 추가로 LA에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LA에 추가로 2000명의 병력을 투입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첫 2000명 가운데 현재 약 300명만 배치돼 있고, 나머지는 명령없이 방치돼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는 공공안전이 아니라 위험한 대통령의 자존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섬 지사는 또 LA 지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주·지방 경찰관 800명 이상을 추가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병대 투입 결정은 전날부터 계속된 뉴섬 지사와의 첨예한 대립 끝에 나온 것이었다.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국경 차르’였다면 뉴섬 지사를 체포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경 문제를 총괄하는 톰 호먼이 “불법이민 단속을 방해”하면 뉴섬 주지사와 캐런 배스 LA시장 등을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질문받자 “내가 톰이라면 그렇게(체포) 할 것이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뉴섬 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 배치를 명령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X에 올린 글에서 주방위군까지 동원된 강경 진압 기조 속에 시위가 격화한 상황에 대해 “이는 정확히 도널드 트럼프가 원했던 것”이라며 “그는 사태를 격화하고, 불법적으로 주방위군을 연방 차원에서 동원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에서 그의 분쟁 대상이 끊임없이 변화해왔다면서 “그의 분노의 대상이 더 익숙하고 자주 등장하는 인물인 뉴섬 지사로 초점을 옮겼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가 기다려온 싸움이었고, 이는 그의 정치적 정체성에 있어 가장 중심인 이민 단속과 관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