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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싸울 줄 알았어”...런던서 다시 붙은 美中, 이번엔 관세 때문 아니라는데

런던서 양국 고위급 회담 中희토류·美칩 규제완화 논의 첫 무역타결국 英서 개최 관심

  • 김덕식,한지연
  • 기사입력:2025.06.10 05:38:23
  • 최종수정:2025.06.10 05: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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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서 양국 고위급 회담

中희토류·美칩 규제완화 논의
첫 무역타결국 英서 개최 관심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무역전쟁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 회담이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시작했다. 스위스 제네바 회의 이후 한 달 만에 열린 이번 회담에서는 관세율 줄다리기보다 상호 수출 통제 완화 조치가 주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8일 CBS와 인터뷰에서 “(중국) 핵심 광물의 (대미) 수출이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가 제네바에서 합의했다고 생각했던 수준만큼 빠르지는 않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양국 간 무역 전쟁이 최근 관세에서 수출 통제로 초점을 전환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달 10∼11일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90일간 서로 관세를 115%포인트씩 대폭 낮추는 동시에 중국은 미국이 지난 4월 초에 발표한 상호관세에 대응해 시행한 비관세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해제하기로 한 비관세 조치 가운데 핵심 광물과 희토류 수출 통제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합의 위반을 주장해 왔다.

희토류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일반 내연기관 차량 생산에도 필수적인 자원으로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탓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이 문제를 직접 논의했다. 그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자리가 런던 회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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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그간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특히 지난달 14일 미국이 전 세계 어디에서든 중국 화웨이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사용할 때 미국의 수출 통제 위반으로 간주하겠다고 지침을 발표하자 희토류 보복 카드를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런던 회담의 미국 측 대표단에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포함됐다. 양국이 관세율 조정보다 산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 희토류와 반도체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이 러트닉 장관의 합류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셈이다. 제네바 회담에 참여했던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런던 회담에도 참여했다. 중국 협상 대표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는 8일 영국에 도착해 2차 협상을 준비했다.

회담 장소가 중립국 스위스가 아닌 영국 런던에서 이뤄진 배경에 대해 중국 매체 CGTN은 “영국은 미국과 중국 양국 모두에게 전략적인 장소”라고 분석했다.

영국에서는 작년 10월 데이비드 래미 외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올해 1월 레이철 리브스 재무부 장관도 중국을 찾았다. 허 부총리의 이번 런던 방문은 무역 협상뿐만 아니라 영국 각료의 중국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도 갖고 있다고 CGTN이 전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영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무역협정의 첫 타결 국가라는 상징성이 크다.

러트닉 장관의 이번 협상 참여는 중국이 환영할 만한 신호라고 WSJ은 분석했다. 수출 통제 업무를 총괄하는 러트닉 장관의 협상 참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사안을 중국과 논의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러트닉 장관의 참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 야망을 저해할 수 있는 일부 기술 규제를 재고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위한 무역 보호조치는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나온다. WSJ은 “수출 품목 통제가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라며 미국이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의제라고 전했다.

러트닉 장관도 이달 의회에 출석해 “중국이 인공지능(AI)과 항공과 같은 전략적 분야에서 중국의 야망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미국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AI 패권 경쟁에서 그들(중국)은 우리보다 뒤처져 있지만 중앙 정부와 협력하여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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